국내 대표 여름 클래식 음악 축제인 평창대관령음악제가 7월 23일~ 8월 2일까지 강원도 평창 일대에서 열린다. 22회를 맞는 올해 음악제는 ‘INTER HARMONY(조화의 나눔: 경계를 넘는 음악적 영감)’을 주제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첼리스트 양성원(연세대 교수)은 11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세계는 분열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지만, 음악은 타인을 경청하고 조화를 이루는 예술”이라며 “이번 음악제를 통해 관객에게 오래 기억될 음악적 영감을 선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개막 공연은 대관령 야외무대에서 말러의 교향곡 2번 ‘부활’로 시작된다. 양 감독은 이 작품에 대해 “철학·종교·문학적 요소가 공존하는 말러의 대표작으로, 오케스트라와 합창, 독창이 어우러져 궁극적인 예술적 상승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프로그램은 지역과 문화적 경계를 넘은 작곡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프랑스 작곡가 쇼송의 ‘피아노 사중주 A장조’는 동양 음악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며, 이탈리아의 제미니아니, 헝가리의 버르토크, 폴란드의 쇼팽, 러시아의 쇼스타코비치 등 세계 각국 작곡가의 다양한 레퍼토리가 소개된다. 특히 미국 작곡가 데이비드 마슬랜카의 ‘목관 오중주 3번’은 아시아 초연으로 무대에 오른다.
오페라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베토벤의 ‘피델리오’를 콘서트 오페라 형식으로 선보였던 데 이어, 올해는 벤저민 브리튼의 체임버 오페라 ‘나사의 회전’을 국내 처음으로 콘서트 버전으로 소개한다. 헨리 제임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1954년 초연된 심리극이다. 양 감독은 “평소 애정하던 작품으로, 대도시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밀도 있는 오페라 무대를 평창에서 선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음악제의 방향성과 관련해 “제가 대관령음악제를 통해 장기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바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최고 수준의 예술가들과 덜 알려진 명곡을 익숙하지 않은 조합으로 연주함으로써 청중에게 새로운 발견과 영감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출연진 역시 국제적인 무대에서 활동 중인 연주자들로 구성됐다. 첼리스트 브루노 콕세가 이끄는 바로크 앙상블 ‘레 바스 레위니’를 비롯해, 일본의 바이올리니스트 스와나이 아키코, 클라리네티스트 김한, 메조소프라노 김정미, 테너 로빈 트리츨러 등이 무대에 오른다. 스페인의 세계적 기타리스트 호세 마리아 가야르도 델 레이도 지난해에 이어 다시 참여해 메조소프라노 김정미, 플루티스트 박예람과 함께 유럽의 주요 기타 작품을 선보인다.
젊은 연주자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된다. ‘대관령 아카데미’를 통해 실내악 멘토링을 받은 차세대 연주자들이 ‘떠오르는 연주자 콘서트’에 참가하며, 지역과 직접 만나는 ‘찾아가는 음악회’, ‘가족 음악회’ 등도 개최돼 평창 일대의 클래식 문화 확산에 기여할 예정이다.
양 감독은 “대관령음악제가 단순한 축제를 넘어 평창 지역사회와 연주자들이 예술로 하나 되는 커뮤니티가 되길 바란다”며 “콩쿠르 2등, 3등에게도 충분히 무대 기회가 주어질 수 있는, 다양성과 창의성이 존중받는 음악제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상세 정보는 평창대관령음악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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