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팬에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는 익숙하다. 그런데 미국프로골프협회(PGA 오브 아메리카)는 조금 낯설다. “PGA 투어랑 다른 거야?”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3만여 명의 골프 전문가들로 구성됐으며 남녀 메이저 대회도 주관하는 PGA 오브 아메리카는 세계 골프계의 주요 단체 중 한 곳이다. 서울경제 골프먼슬리가 미국 텍사스주 프리스코의 PGA 오브 아메리카 본부를 찾아가 이곳에 대해 알아봤다.
PGA 오브 아메리카는 1916년 결성된 미국의 프로 골퍼들의 단체다. 투어 프로 선수들의 조직인 PGA 투어와 달리 골프장 관리와 운영을 담당하는 전문직 종사자와 골프 교습가 등 골프 산업을 업으로 삼는 회원 3만여 명으로 구성됐다. 국내에 잘 알려진 클래스 A, PGA 멤버 등은 이곳의 정규 교습가 과정을 이수한 뒤 테스트를 통과한 사람들이다. 미국과 유럽의 남자프로골프 대항전인 라이더컵과 남녀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등도 주관한다. 올 4월 시즌 첫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 제패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PGA 오브 아메리카 직원이었던 아내 에리카를 2012년 라이더컵에서 처음 만나기도 했다. 참고로 4대 메이저 대회는 PGA 투어 주관이 아니다. 마스터스는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 US 오픈은 미국골프협회(USGA), 디 오픈은 R&A에서 각각 주관한다.
PGA 오브 아메리카는 원래 플로리다주 팜비치 가든스에 있다가 2022년 텍사스주 프리스코로 옮겼다. 이곳 정문에는 ‘홈 오브 아메리카(HOME OF THE PGA OF AMERICA)’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본부(Headquarter) 대신 홈이라고 지칭하는 것이 썩 보기 좋았다. 개관식 때 샌디 크로스 PGA 오브 아메리카 최고인사책임자(CPO)는 “우리는 이곳을 ‘본부’라고 부르지 않는다. 이곳은 PGA 오브 아메리카의 본거지이자 집”이라고 했다. 회원과 관계자, 그리고 직원들에게 일하고 싶고 방문하고 싶은 미국 골프의 활기찬 허브를 만들고 싶다는 의도였다고 한다.
정문을 열고 들어가면 또 한 번 따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PGA 오브 아메리카 회원들의 사진이 담긴 대형 디지털 보드가 방문객을 반기는 것. 회원이 무선주파수식별장치(RFID) 멤버십 카드 또는 휴대폰에 내장된 카드를 가지고 정문을 통과하면 대형 스크린을 통해 환영 인사가 뜬다는 설명이다. 정문 우측에는 1916년 단체를 설립할 때 정관을 적은 책이 전시돼 있다. 그 옆으로는 PGA 챔피언십, 시니어 PGA 챔피언십,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의 트로피가 자리하고 있다.
특히 크기로 유명한 PGA 챔피언십의 워너메이커 트로피가 가장 눈에 띄었다. 높이가 71cm에 이르고 무게도 12kg이 넘어 한 손으로 들기에는 불가능해 보였다. 트로피 이름은 PGA 오브 아메리카 결성에 도움을 준 백만장자 로드먼 워너메이커에서 따왔다고 한다.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지름 26cm, 높이 30.5cm)의 크기도 만만치 않게 컸다. 라이더컵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2023년 로마에서의 승리로 유럽이 트로피를 보유하고 있다’라는 쪽지만 있었다. 이곳의 안내 직원은 “올해 라이더컵이 끝나고 나면 아마 트로피가 제자리를 찾아서 돌아올 것”이라며 웃었다. 올해 라이더컵은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다.
건물 안쪽에는 회원과 수련생을 위한 강의실은 물론 실내 쇼트 게임 연습장, 11개의 연습 시뮬레이션, 모션 캡처 센서가 설치된 연습 그린과 같은 고급 코칭 시설이 있다. 1층을 둘러본 뒤 4층 테라스로 향했다. 2층과 3층은 120여 명의 직원들이 근무하는 공간이라고 한다. 테라스 밖으로는 광활한 평지에 두 개의 챔피언십 골프코스(36홀)가 펼쳐져 있다. 올해 6월 19일 개막하는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이 두 개의 코스 중 한 곳인 필즈랜치 이스트 골프코스에서 펼쳐진다.
[서울경제 골프먼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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