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첫 통화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 전략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한중 관계의 중요성도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두 정상의 첫 통화를 통해 한중 경제협력, 대북 정책, 서해 분쟁 해법 등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9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과거 한중 정상 간의 첫 통화 시점은 국제 정세와 한중 관계 등에 따라 다소 편차가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2013년 2월 25일) 한 달여 후인 2013년 3월 20일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한중 정상이 취임 축하 전화 통화를 한 것은 1992년 수교 이후 20년 만에 최초였다. 시 주석 역시 같은 달 14일 취임한 바 있다. 양측은 당시 통화에서 대북 정책과 한중 정상회담 일정 등을 논의했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후 2017년 5월 10일 취임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튿날인 11일 시 주석과 통화했다. 문 전 대통령이 고(故)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보다 먼저 시 주석과 통화한 배경에는 당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로 인해 두 정상 간 신속한 소통이 급선무라는 판단이 깔려 있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경우 당선(2022년 3월 9일) 이후 약 2주 만에 시 주석과 통화했다. 상대 국가의 대통령이 취임한 후에야 첫 정상 통화에 나섰던 시 주석이 전례를 깨고 당선인에게 전화한 첫 사례였다. 당시 우리나라는 미국·인도·일본·호주 등의 비공식 안보회의체인 ‘쿼드’ 참여를 검토하던 시점으로 이는 중국에 달갑지 않은 소식이었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를 상대하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 지난해 11월에는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무비자 관광을 허용했고 올 3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에서는 중국이 주도적으로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재개를 주장했다.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한국·일본보다도 더 한중일 관계에 적극적인 모습은 난생 처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 대통령이 15~17일 캐나다에서 열릴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기에 앞서 중국도 메시지 전달에 서두를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로서도 경제협력 측면이나 북한과의 교류 재개 과정에서 중국과의 대화가 중요하다. 러시아와의 군사·경제적 밀착으로 협상력을 높인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중국의 힘을 빌릴 필요가 있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의 통화 일정과 관련해 “아직 조율 중”이라고만 밝혔다.
다만 중국의 ‘서해 공정’은 한중 대화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 구조물을 설치하고 지난달 22~27일에는 최신예 항공모함인 푸젠함을 동원해 해상 훈련을 진행했다. 중국은 남중국해에도 인공 구조물을 설치한 후 필리핀 등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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