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빈 뉴섬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로스앤젤레스(LA) 불법 이민자 단속 반발 시위에 주방위군을 투입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불법’이라며 당장 결정을 철회하라고 맞섰다. 미 민주당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뉴섬 주지사가 트럼프 대통령과 정면 충돌하는 모양새다.
뉴섬 주지사는 일요일인 8일(현지 시간) 오후 자신의 엑스(X) 계정에 “LA에 불법적(unlawful)으로 배치한 주방위군을 철회하고 제 지휘부로 복귀시킬 것을 트럼프 행정부에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개입하기 전까지 아무 문제가 없었다. (주방위군 배치는) 주(州) 권한에 대한 심각한 침해이며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미국 매체 보도에 따르면 실제로 캘리포니아주는 이달 6일 시작된 LA 시위 사태를 해소하기 위해 연방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미국 법전 제10권 제 12406조에 근거해 통상 주지사의 지시를 따르는 주방위군의 통제권을 국방부 장관에게 부여하고, 주방위군 2000명을 시위 지역으로 급파한 바 있다. 대통령이 주지사의 요청 없이 주방위군을 소집한 것은 60년 만에 처음이다. 앞서 조지 H.W. 부시 행정부 시절인 1992년 ‘로드니 킹’ 사태 당시 발생한 LA 폭동을 진압하기 위해 캘리포니아 주방위군이 투입된 것도 당시 피트 윌슨 주지사가 연방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기 때문이었다. 뉴섬 주지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의도적으로 시위대를 자극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섬 주지사는 주방위군 동원이 “의도적으로 (시위대를) 자극하기(purposefully inflammatory)‘ 위한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를 맹비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핵심 정책 이슈인 불법 이민자 추방이라는 의제를 두고 민주당 강세인 캘리포니아주에서 현재 주요 정적 가운데 하나인 뉴섬 주지사와 힘겨루기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뉴섬 주지사는 미국 민주당의 ‘대권 잠룡’으로 꼽힌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캘리포니아주 여자 고교 육상대회에서 성전환 선수가 우승한 것으로 두고 캘리포니아주에 대규모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트루스소셜을 통해 밝히며 뉴섬 주지사를 ‘개빈 뉴스컴(Newscum)’이라고 지칭했다. 뉴스컴 주지사의 성인 뉴섬(Newsom)과 쓰레기를 의미하는 스컴(scum)을 합친 것이다.
한편 미 국방부가 LA 지역에서 시위가 격화할 때를 대비해 해병대 파견까지 검토하고 있는 만큼 LA 지역의 긴장은 더욱 고조될 수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저지수 모리스타운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LA지역에서 내란이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하는 질문에 “폭력적인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이 그냥 넘어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LA 지역 내란법 발동은) 내란이 발생했는지에 달려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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