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무역 협상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서로를 겨냥해 “합의를 위반했다”며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중국이 합의를 어겼다”는 주장에 대해 “합의를 어긴 나라는 미국”이라며 반발했고 백악관은 “양국 정상이 통화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외교가에서는 두 나라가 최종 합의에 도달할 때까지 서로를 향한 압박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면서 협상력을 최대치로 키우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2일(이하 현지 시간)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올리고 “미국은 스위스 제네바 회담 이후에도 새로운 대(對)중국 차별적 제한 조치를 계속 내놓았다”며 “여기에는 인공지능(AI) 칩 수출통제 가이드 발표, 반도체설계자동화(EDA) 소프트웨어 판매 중단, 중국 유학생 비자 취소 등이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은 일방적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마찰을 일으켜 양자 경제·무역 관계의 불확정성·불안정성을 키웠다”며 “스스로 반성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되레 중국이 합의를 위반한다고 비난하는데 이는 사실을 심각하게 벗어난 것이므로 중국은 단호히 거절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두 나라는 지난달 10~11일 제네바에서 만나 115%포인트의 관세를 서로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중국 정부의 입장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트루스소셜에 올린 주장에 대한 공식적인 반박으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중국은 우리와의 합의를 완전히 위반했다”고 밝혔는데 이를 두고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중국은 계속해서 속도를 늦추고 필수 광물과 희토류 자석 같은 것들을 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반발하면서도 희토류 수출통제 문제를 따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제네바 합의 이후 관세율 인하 등 주요 조치에 나섰지만 미국이 펜타닐 문제를 구실로 남겨둔 관세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꺼내놓은 희토류 수출통제는 이어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1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무역 협상에 관한 통화를 나눌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도 같은 날 CBS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통화하면 해결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두 정상 간 통화 일정이 잡혔느냐는 질문에는 “나는 우리가 매우 곧 무언가를 보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중국이 우리와 합의할 당시 반출하기로 동의한 제품 일부를 보류하고 있다”며 중국이 핵심 광물과 희토류에 대한 수출제한을 해제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사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만약 법원이 예상과 다르게 우리의 관세에 반대하는 판결을 내린다면 그것은 다른 나라들이 ‘반미(反美) 관세’로 우리나라를 인질로 잡도록 허용하는 것”이라며 “이는 미국의 경제적 파멸을 의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법원에 제동이 걸린 상호관세 이외의 대안 마련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해싯 위원장은 “사법부가 최종적으로 상호관세의 발목을 잡을 경우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301조, 관세법 338조 등을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 조항은 국가 안보 위협, 불공정무역 관행에 대한 보복 조치를 이유로 대통령에게 독자적인 관세 부과 권한을 부여한다.
한편 베선트 장관은 이날 “미국은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지지 않을 것이며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경고 구역에 있지만 절대 벽에 부딪히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월가에서 미 연방정부 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가 미 채권 시장의 균열을 경고하고 나서자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언급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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