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사들이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회의(ASCO) 2025에서 면역관문억제제를 이용한 고형암 치료제부터 인공지능(AI) 진단까지 주목할만한 연구 성과를 잇따라 발표했다. 향후 항암제로 개발되거나 의료 현장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글로벌 빅파마로 기술 이전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000100)의 자회사 이뮨온시아는 현재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고 있는 ASCO 2025에서 면역관문억제제로 개발 중인 고형암 치료제 ‘IMC-002’의 임상 1b상 중간 결과를 포스터로 발표했다. IMC-002는 표적항암제 ‘렌바티닙’과 병용으로 불응성 간세포암종(HCC) 환자 1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에서 주요 혈액학적 부작용 없이 우수한 안전성과 가능성 있는 항암 효능을 확인했다. IMC-002는 CD47 단백질을 타깃으로 하는 면역항암제다. 이미 2021년 중국 항암제 전문기업 3D메디슨에 4억 7050억 달러(한화 약 5400억 원) 규모에 기술 이전됐던 파이프라인이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마이크로바이옴 면역 항암 파이프라인인 ‘CJRB-101’의 임상 1/2상 임상 중간 결과를 포스터 발표했다. 이번 포스터에는 CJRB-101와 미국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병용치료 효과가 처음으로 담겼다. 진행성 또는 전이성 고형암 환자 42명을 대상으로 안정성, 내약성, 초기 유효성 등을 평가한 결과 3등급 이상의 이상 반응이나 중대한 이상사례(SAE), 치료 중단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다. 또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면역항암제가 듣지 않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한 결과 객관적 반응률(ORR) 44%, 질병 통제율(DCR) 30%로 유효한 효과를 보였다. 일부 고령 환자군에서는 종양 크기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이인츠바이오는 표피성장인자수용체(EGFR)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인 ‘JIN-A02’의 임상 1/2상 결과를 포스터 발표했다. 약물의 용량을 늘리는 실험 중 특정 용량군에서 종양이 지속적으로 부분관해(PR) 되는 것이 확인됐다. JIN-A02는 경구용 4세대 EGFR-TKI 치료제다. EGFR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의 1차 치료제로 쓰이는 3세대 EGFR-TKI 치료 후 발생하는 내성 돌연변이(C797S 등)에 선택적으로 작용한다. 현재 한국과 미국, 태국 등 다국가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이밖에도 제일약품(271980)의 자회사인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췌장·자궁내막암 치료제인 ‘네수파립’의 임상 1b·2상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LG화학(051910)의 자회사인 아베오는 자체 개발한 신장암 표적 치료제 ‘포티브다’의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해 주목 받았다.
의료 AI 기업 루닛(328130)은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를 활용한 연구 성과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루닛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일본 다이이찌산쿄가 개발한 항체약물접합체(ADC) 항암제 ‘엔허투’의 치료 반응을 예측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인간표피성장인자수용체 2형(HER2) 양성 또는 HER2 발현이 낮은 담도암 환자 29명의 디지털 병리 이미지를 AI로 분석한 결과, HER2 환자군에서 객관적 반응률(ORR)과 무진행생존기간(PFS), 전체생존기간(OS)이 모두 우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루닛 관계자는 “이번 ASCO에서 AI 기술력과 다양한 암종에 대한 임상 기여 가능성을 동시에 입증했다”며 “앞으로도 암 정복을 위한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고 환자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치료를 제공하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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