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연인 납치살인 사건을 계기로 스토킹 범죄에 대한 경찰의 초동대응 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피해자가 반복적으로 신고했음에도 적절한 보호조치가 늦어져 참극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안준영 변호사는 30일 MBC 라디오에서 "피해자가 여러 번 경찰에 폭력을 신고했지만, 경찰은 세 번째 신고를 받고서야 가정폭력 사건으로 판단해 긴급 보호조치를 진행했다"며 "초동 대응부터 문제"라고 밝혔다.
현행 스토킹 범죄 대응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도 지적됐다. 안 변호사는 "가정법원 피해자 긴급분리조치 신청 시 재판이 잡히는 데만 한 달 이상 걸린다"며 "변호사인 저도 '빨리 이사 가라'고 조언할 정도로 대응이 느리다"고 토로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 후 유사 사례 방지를 위한 전수 검토와 피해자 보호조치 재검토를 약속했다. 그러나 안 변호사는 "매번 같은 해명이 반복된다"며 "내부 감사에 그치면 근본적 해결 없이 비극이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경찰 인력 확충이 꼽혔다. 안 변호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업무는 늘었지만 인력은 그대로"라며 "최근 변호사협회 간담회에서 경찰들이 고소장 반려를 통보할 정도로 인력난이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력 부족으로 가정폭력·교제폭력 사건의 전문 교육과 현장 실습, 인력 양성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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