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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외계인의 지구 침공'과 한미동맹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주한미군 역할 '중국 견제'에 초점

北의 재래식 위협은 한국군이 감당

한미일, 대만해협 전략지침 논의를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올해 4월 21일 자 ‘백상논단’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 견제를 최우선으로 하는 동맹 변환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 달여가 지난 현시점에서 이러한 미국의 행보는 다음과 같이 빠르게 구체화되고 있다.

첫째, 동맹국이 자국 방위의 주 책임을 지도록 한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31일 아시아안보대화 연설을 통해 “동맹국과 우호국은 자신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며 아시아 동맹국에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같이 국내총생산(GDP) 5% 수준의 국방비 증액을 요구했다. “북한은 말할 것도 없고 훨씬 더 강력한 중국 위협에 직면한 아시아 동맹국이 유럽보다 적게 국방비를 사용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것이다. 북한 위협에 노출된 한국이 국방비를 증액해 자국 방어를 우선 책임지라는 명백한 메시지로 읽힌다.

둘째, 인도태평양에 전진 배치된 미군은 중국 위협 대비로 전환한다. 헤그세스 장관은 연설 모두에 “미국은 인도태평양에 너무 많은 것이 걸려 있어 물러날 수 없다”며 이 지역에 집중할 것임을 천명했다. 매우 직설적으로 “우리는 공산당이 이끄는 중국의 침략을 저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재설정하고 있다”며 3월 말 일부 공개된 ‘잠정 국방 전략 지침’에서 언급한 중국이 기준 위협(pacing threat)이자 유일한 위협임을 재확인했다. 특히 대만해협 위기를 최대한 부각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7년까지 대만 침공 준비를 마치라고 인민해방군에 지시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절대 밀려나지 않을 것이며 동맹국과 우호국이 중국에 종속되는 것도 좌시하지 않을 것을 확실히 했다.



한미 동맹과 주한미군도 여기에 맞춰질 것이 공개되고 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이 최근 이러한 변화를 공개 석상에서 발언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육군협회 심포지엄에서 “주한미군의 역할은 북한을 격퇴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며 중국 견제에 나설 것을 밝힌 바 있다. 같은 달 27일에는 “힘에 의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때때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만 한다”며 주한미군의 역내 확장된 역할을 기정사실로 했다. “우리에게는 그걸 실현할 수 있게 해주는 강력한 무기가 있는데, 바로 강한 한국군”이라고 함으로써 한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주한미군이 기존 북한 위협에서 벗어나 중국 위협 대비로 전환됨을 주한미군 사령관이 확인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북한 위협 대비의 주된 책임을 한국이 감당해야 한다. 북한의 재래식 공격에 대한 방어는 한국이 담당하고, 대규모 미 증원군을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현 한미연합사 작전 계획에는 한반도에 전쟁 발발 시 50만 명 이상의 미군이 증원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은 미국과 협의하에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고 연합사 체제를 재편해 한국의 방어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국방비 증액은 불가피할 것이다.

대신 미국과는 북한 핵 대비로 동맹을 전환해야 한다. 지난 1년 반 동안 발전시켜온 맞춤형 확장 억제를 더욱 고도화해 한미 공동 핵 작전 계획을 마련하는 수준이 돼야 한다. 한국이 북한 재래식 위협에 책임을 짐으로써 미국의 부담을 크게 줄이는 대신 핵에 대해서는 최대치의 한미 공조를 요구해야 한다.

대만해협 문제는 여전히 어려운 선택이다. 한국이 한반도 방어의 책임을 지는 것은 역내 전진 배치된 미군이 대만 문제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혀준다. 그러나 대만해협에서 미중 간 군사 충돌이 본격화된다면 한국이 여기서 벗어날 길은 없다. 중국이 동원할 북해 함대와 동해 함대가 대만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서해를 지나야 하고 미국은 주한 미 공군을 활용해 이를 막으려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한미일이 모여 대만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협의를 통해 미국이 기대하는 것과 한국이 수용할 수 있는 것을 맞춰서 일종의 지침을 만드는 것이 불확실성을 줄이는 길이 될 것이다. 민감한 사안이므로 이를 공개할 필요는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문제를 정말로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하려 할 때 그 답을 생각’하는 것으로 여긴다면 한미 동맹은 형해화하거나 한국은 아무 대책 없이 분쟁에 끌려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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