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마닐라의 한 번화가 도로의 하수구에서 한 여성이 기어나오는 모습이 포착돼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이 여성의 정체가 노숙자인 것으로 확인되자 정부 당국이 지원에 나섰다.
1일(현지시간) 인콰이어러, 스트레이츠타임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마닐라의 금융 중심지인 마카티 지역 큰길가 하수구에서 한 여성의 기어 나오는 모습이 한 아마추어 사진작가에 포착됐다.
공개된 사진 속 여성은 흙투성이가 된 블라우스와 청반바지 차림이다. 오랫동안 머리를 감지 않은 듯한 모습으로 흙과 마른 잎사귀 등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작가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 모습을 지켜본 행인과 운전자들이 멍하니 쳐다보는 가운데 여성이 황급히 어디론가 사려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작가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서(SNS)에 올린 해당 사진은 1400명 이상이 ‘좋아요’를 누르는 등 화제가 됐고, 현지 매체들이 앞다퉈 보도했다.
사진 속 여성의 모습을 두고 온라인상에서는 우물 속에서 기어 나오는 공포영화 ‘링’의 귀신 ‘사다코’, 영화 ‘그것(IT)’에서 길가 하수구에 숨어 있는 악마 ‘페니와이즈’ 같다는 누리꾼들의 반응이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이 여성이 마닐라 인구 1400만여 명 가운데 300만명 이상을 차지하는 노숙자들의 처참한 현실을 보여준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마닐라 노숙자들은 판잣집이나 손수레, 길가, 묘지, 배수구, 하수 터널 등 몸을 눕힐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은신처를 찾는다고 매체는 전했다.
해당 사진이 논란의 중심에 서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이 여성의 상태를 확인하도록 정부 당국에 지시했고, 사회복지개발부가 마닐라 빈민가에서 여성을 찾아냈다.
‘로즈’라는 이름의 이 여성은 쓰레기를 수거하고 판매해서 생계를 이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수구에서 삶을 이어가는 것은 아니고 당시 배수구에 빠뜨린 커터 칼을 찾기 위들어갔을 뿐이라는 게 로즈의 설명이다.
현지 경찰은 로즈 같은 노숙자들이 하수관을 통로로 삼아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로즈가 빠져나온 하수구에서 셔츠 등 여러 물건을 발견하기도 했다.
렉스 가찰리안 사회복지개발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로즈를 직접 만나 그가 동네에 잡화점을 열 수 있도록 8만 필리핀페소(약 200만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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