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30일 가덕도신공항 재입찰 불참을 선언하면서 정부가 목표로 정한 2029년 개항이 사실상 무산됐다. 4차례 유찰 끝에 정부의 구애로 구원투수로 등판했던 현대건설이 가덕도신공항 건설 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이를 대체할 국내 시공사를 당장 찾는 게 불가능할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결국 새로운 정부에서 공사 기간 연장, 사업비 증액 등의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가덕도신공항 사업 자체가 기약 없이 연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건설은 30일 “지역과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해 공항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무리한 공기 단축 요구와 조건을 받아들이는 것은 불가하다”며 “사익 때문에 국책사업 지연과 추가 혈세 투입을 조장하고 있다는 부당한 오명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산시와 지역 시민단체가 즉각적인 재입찰과 현대건설의 입찰참여 배제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현대건설 역시 더 이상 가덕도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에 참여하지 않을 것임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현대건설은 정부가 목표로 정한 부지 조성 기간 84개월(7년)을 지키기 어렵다며 108개월(9년)로 공기 연장이 필요하다는 기본설계안을 제출했다. 공사비도 정부가 설정한 10조 5000억 원보다 1조 원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이를 반대하자 현대건설은 컨소시엄 탈퇴를 선언했고 정부는 재입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의 재입찰 불참 선언으로 가덕도신공항의 2029년 개항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이 4차례 유찰될 만큼 시공 난도가 높아 시공 능력 2위인 현대건설의 대체자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무도 입찰하지 않자 사실상 정부의 구애로 현대건설이 수의계약에 나섰던 것”이라며 “국내 톱티어인 현대건설이 포기한 계약 조건이 유지된 상태에서 자리를 대체할 시공사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새로운 정부에서 공기 연장, 사업비 증액 등의 계약 조건이 변경되는지에 따라 가덕도신공항의 개항 시기는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대선 과정에서 가덕도신공항의 2029년 개항 등 현실과 동떨어진 장밋빛 공약만 나오고 있다. 다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가덕도신공항이 여러 논란이 있지만 오로지 경제적 요인만으로 판단할 수 없고 정치적 요인들도 있기 때문에 보완하면서 진행하겠다”며 정책적 보완 계획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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