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동성이 극심했던 지난 4월, 직장인 A씨는 포트폴리오 재정비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게 되었다. 최근 몇 년간 기술주 위주로 높은 수익을 추구하며 공격적인 투자에 집중해왔지만, 예측하기 어려운 정치적 변수와 갑작스러운 급락장은 포트폴리오 전반을 크게 흔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A씨는 일부 자산을 보다 안정적인 투자처로 옮겨, 시장 충격에 대한 방어력을 높이려는 전략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시장 변동성이 커질수록 기술주나 성장주 중심의 포트폴리오만으로는 불안함을 느끼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정치적 이슈와 지정학적 리스크, 원자재 가격의 급등락 등 복합적인 변수들이 시장을 흔들면서, 기존의 포트폴리오는 예상치 못한 충격에 크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일부 투자자들은 이제 ‘안정성’이라는 새로운 키워드에도 관심을 돌리고 있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거래소 섹터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거래소는 단순한 금융기관이 아니라, ETF·선물·옵션거래 등을 중개하며 수수료로 수익을 얻는 독점적 플랫폼이다. 다시 말해 시장 상황에 상관없이 거래량만 늘어나면 수익을 내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20년 코로나로 인한 증시 급락기에 CME Group의 연간 수익이 전년 대비 34% 증가하며, 시장의 불안이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간혹 거래소를 국가기관 혹은 공공기관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지만, 미국의 나스닥, 뉴욕증권거래소를 운영하는 ICE, 시카고선물거래소라 불리는 CME Group, 일본거래소그룹, 홍콩거래소 등 대부분의 거래소는 상장된 민간 기업이다. 이들은 주주 가치 극대화를 목표로 수익을 내고, 배당을 지급하며 성장해왔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거래소는 정부와 금융기관의 공동소유 형태로 공공기관처럼 운영되고 있다. 이는 주식시장 공정성과 안정을 최우선으로 중시하려는 정책적 기조 때문이다. 하지만 글로벌 시각에서 거래소는 ‘공공재’라기보다는, 경쟁자가 없는 독점적 플랫폼이자 거래를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 4월에도 이러한 거래소의 수익 구조가 다시금 주목을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해방의 날’이라 명명한 4월 2일, 대중국 고율 관세 발언으로 미국 증시는 하루에만 1600포인트 이상 급락했고, 그 결과 나스닥 시장의 하루 거래량은 134억 8000만 주를 넘어서며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곧 거래량 급증을 통한 거래소 수익으로 이어지며 그 독특한 사업 모델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주가가 급락하는 와중에도 거래소는 흔들림 없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보여주며,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보완할 수 있는 투자처로 재조명받은 것이다. 이러한 거래소의 경쟁력은 다음 다섯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거래소는 거래량과 수익이 비례해 증가하는 구조를 갖는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수록 투자자들은 포지션을 조정하거나, 헷지 및 수익률 제고를 위해 새로운 거래를 시도한다. 특히 이 시기의 기업 및 기관투자자들은 헷지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에, 금리옵션이나 통화선물 등 파생상품거래가 더욱 활성화된다. 이는 곧 거래소의 수수료 수익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CME Group은 2024년 하루 평균 거래량(ADV)이 2,650만 계약으로 전년 대비 9%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수익도 11% 이상 성장했다. 또한 홍콩거래소의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파생상품 거래량이 전년 대비 16% 증가하며 영업수익 역시 14% 확대된 것으로 집계됐다.
둘째, 거래소는 독점적 지위를 가진다. 거래소는 금융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설립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에는 1~2개의 거래소만 존재한다. 따라서 미국은 나스닥과 뉴욕증권거래소, 유럽은 유로넥스트, 아시아는 홍콩거래소처럼 소수의 거래소가 각국의 금융시장 인프라로 굳건히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독점 구조 덕분에 거래소들은 가격 경쟁 압력이 거의 없으며, 시장점유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셋째, 거래소의 수익구조는 고정비 중심으로 운영된다. 거래소에서 소요되는 주요 비용은 IT시스템, 데이터센터, 인프라 유지비 등으로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된다. 따라서 내외부적 요인에 따른 추가 비용이 크지 않기 때문에 거래량이 늘어나면 대부분이 순이익으로 직결된다. 이는 전통 제조업이나 소비재 산업처럼 경기 사이클이나 업황, 영업실적, 비용 등에 따라 수익이 크게 흔들리는 일반 산업군과 달리, 거래량만 유지되면 손익이 안정되는 ‘플랫폼 사업’만의 커다란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넷째, 꾸준한 배당을 통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제공한다. 거래소들은 본질적으로 거래량 기반의 수익 구조를 바탕으로, 매년 배당금을 지급해왔다. 예를 들어, CME Group은 전통적인 특별 배당 외에도 2024년 기준 배당수익률이 3.7%에 달했고, 도쿄거래소 역시 2.89%의 배당을 지급하며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배당 수익은 주가가 흔들릴 때에도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투자자에게 제공하며, 든든한 방어막 역할을 할 수 있다.
다섯째, 현상에 안주하지 않고 수익 다각화를 이어가고 있다. 전통적인 주식, 채권 거래만으로는 시장 변동성이나 경기 사이클에 따른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거래소들은 새로운 상품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왔다. 예를 들어, ICE는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을 선점해 기후변화 대응 및 친환경 투자 트렌드까지 포괄하고 있으며, HKEX는 위안화 파생상품과 금 ETF 등을 확장하며 아시아 신흥국 시장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이렇게 각 거래소가 특화된 상품을 통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함으로써, 경기 사이클과 무관하게 수익 기반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분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각국에 위치한 거래소들은 각기 다른 통화권과 규제환경에서 독립적으로 움직이며 통해 시장 전반의 충격을 일부 흡수할 수 있는 구조를 형성한다. 예를 들어, 미국과 중국 간의 관세 분쟁이나 유럽의 정치적 불안과 같은 특정 지역의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다른 지역 거래소에서의 거래 활성화가 전체적인 위험을 완화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여러 국가의 거래소로 구성된 펀드나 ETF에 투자한다면, 지정학적 리스크나 일부 경기 둔화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고, 한층 더 안정성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거래소 섹터 투자가 완벽한 해답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금리와 글로벌 증시 사이클, 규제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수익성 압박을 받는 경우도 있다. 특히 규제당국의 정책 변화나 거래세, 거래구조 개편 등의 예상치 못한 리스크가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거래소의 수익률은 시장의 거래량에 직접적으로 연동되기 때문에, 경기 사이클이 확장 국면에 접어들 때는 기술주나 성장주 대비 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여러 리스크 국면에서도 거래소들은 거래량 증가를 통해 실적을 방어하거나 개선한 사례가 있다. 따라서 거래소와 같은 ‘플랫폼형’ 기업을 일부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것은, 현재처럼 불확실성이 큰 시장 환경에서 안정성과 방어력을 보완할 수 있는 유의미한 선택지가 될 것이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스스로의 원칙과 균형 잡힌 시각으로 투자에 임하는 현명한 투자자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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