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관세를 현행 25%에서 50%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르면 다음 주 발효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 합의 이후 후속 협상에서 난항을 겪고, 미국 법원이 상호 관세를 제지하고 나선 가운데 철강 관세 추가 인상이 발표되면서 전세계 통상혼란은 가중될 전망이다. 한국 철강 업계 입장에서는 지난 3월 미국의 첫 철강 관세 부과 이후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이뤄지던 대미 수출이 50% 관세 체제에서도 유지될 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 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US스틸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철강관세를 25%에서 50%로 두 배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25% 일 때는 (해외 철강사들이) 어느 정도 그 담장을 넘어올 수 있다”며 “하지만 50% 된다면 더 이상 넘어올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US스틸과 일본제철의 인수 거래를 지지하기 위해 US스틸을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금 이 투자를 한 사람들(일본 제철)은 지금 매우 만족해 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왜냐하면 이제 누구도 여러분의 산업을 빼앗아 갈 수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라며 철강관세 상향에 의미를 부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철강관세의 시행일 등 세부 사항을 언급하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은 백악관은 새로운 50%의 철강 관세를 다음 주 발효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관세를 두 배로 끌어올릴 경우 국내 철강 산업계의 부담은 가중된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 업계는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의 공급 과잉이 지속되는 가운데 해외 시장에서는 수요 감소를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3월 12일부터 트럼프 행정부가 25%의 철강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 시장 진입은 더욱 까다로워졌다.
우선 범용 철강에 대한 미국 수출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현재 국내 철강업계에 미국 관세의 여파는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4월 기준 대미 철강 수출량은 96만2000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6만7000t)보다 9.9% 줄었다. 다만 한국철강협회 통계에서 관세가 시행된 첫 달 대미 철강 수출량은 13.9% 감소했지만, 지난달의 경우 오히려 14.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시장이 자급 가능한 범용재의 수출이 줄어든 반면 미국에 자체 생산하기 어려운 석도강판이나 철강관 등에 대한 수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에 이번 관세 인상 조치의 영향은 고부가 제품에 대한 미국 내 수입 수요가 유지될 것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은 미국 현지 생산 체계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현대제철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58억달러(약 8조원)를 투자해 자동차 강판 특화 전기로 제철소를 짓겠다고 밝힌 후, 포스코가 이에 공동 투자하기로 했다. 특히 일본제철이 US스틸과의 연합을 통해 현지 점유율 확대 행보가 본격화된 만큼 현지 생산 거점 확보를 서두를 것으로 관측된다.
세계 통상 질서의 불확실성도 더욱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 이날 트루스소셜에서 “누군가에게는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중국은 우리와의 합위를 완전히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위반 내용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WSJ를 비롯한 주요 외신은 이같은 발언은 중국이 희토류 수출 허가에 소극적인 모습을 지적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달 12일 미국과 중국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나 서로 관세를 낮추는 등 무역 긴장을 풀기로 했지만 희토류 수출 통제가 계속되자 중국 측의 합의 위반을 주장하고 나섰다.
다만 중국 측은 미국이 먼저 합의 정신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주재 중국 대사관은 성명을 내고 “차별적 제한을 중단하고 양측은 제네바 고위급 회담에 합의된 것을 공동으로 준수해야 한다”고 응수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접촉한 한 소식통은 미국 상무부가 화웨이의 AI칩을 사용하지 말라고 명령한 이후 중국 측이 희토류 수출 제한을 완화하려는 의지가 흔들렸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직접 대화의지를 밝혔지만 WSJ는 “희토류 문제로 미·중 무역 합의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미국 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에 제동을 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품목관세를 강화한 것을 두고 추후 별도의 품목관세율 상승 가능성도 우려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철강관세 인상을 두고 “일련의 격동적 상황의 정점을 찍는 조치”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트럼프대통령은 US스틸 방문 연설에서도 US스틸과 일본제철의 구체적인 연합 형태와 조건에 대해서 설명하지 않았다. WSJ에 따르면 US스틸 주주들은 신일본제철의 141억 달러 인수 제안 조건에 대한 변경 통지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지난 4월 주주들이 승인한 원래 거래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일본제철이 US 스틸에 제안한 주당 55달러 인수 제안은 6월 18일에 만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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