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에서 대리투표 및 투표용지 반출 사건, 선거관리위원회 침입·고발 사건 등이 잇달아 발생했다. 사전투표가 본투표만큼 몰리는 상황에서 더 엄중한 투표 운영 및 관리 절차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30일 공직선거법상 사위투표 혐의로 선거사무원 A 씨를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 씨는 전날 오후 1시께 서울 강남구 대치2동 사전투표소에서 남편의 신분증으로 대리투표를 한 뒤 오후 5시께 자신의 신분증으로 재차 투표를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해당 투표소의 선거사무원으로 본인이 유권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업무를 맡은 탓에 범행이 가능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강남구 보건소 소속 계약직 공무원이던 A 씨는 사전투표 기간 이틀 동안 투표사무원으로 위촉된 것으로 파악됐다. 강남구청은 이날 즉각 A 씨를 직위 해제했다. 선관위 역시 A 씨를 사무원직에서 해촉하고 경찰에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회송용 봉투에서 이미 기표된 용지가 나왔다”는 112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현장 출동하는 일도 터졌다.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 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서 관외투표를 하던 한 20대 여성 투표인 B 씨는 자신의 회송용 봉투 안에 기표용지가 있음을 발견하고 선거참관인에게 이를 알렸다. 선관위는 자작극을 의심하고 있고 경찰은 정식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해당 기표용지는 사무원들과의 논의를 거쳐 무효표 처리됐다. 사전투표 첫날 서울 신촌에서 발생한 사전투표소 투표용지 반출 논란으로 선관위 사무총장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관리 소홀이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서도 선관위의 관리 부실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윤재옥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이런 일이 또다시 발생한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헌법상 독립기관이라 해도 외부감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국민의힘은 국민이 걱정하지 않도록 참관인 경고, 불시 현장 방문을 통해 공정한 선거가 이뤄지도록 끝까지 살피겠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내부 사정은 더 복잡하다. 가뜩이나 사전투표에 참여하는 보수 유권자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상황에서 이런 관리 부실이 더 투표를 외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윤여준 더불어민주당 상임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부정선거가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사전투표는 제도로서 확고하게 국민 속에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부정선거 담론이 상당히 오랜 기간 한국에 있었기 때문에 의혹 제기만으로도 유권자에게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지체하지 않고 빠르게 수사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보조적 성격의 사전투표가 본투표만큼 커지면서 본말이 전도돼 관리 역량 미흡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속출하고 있다며 제도 정비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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