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기술 자체에 전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지만 인공지능(AI)과는 가급적 거리를 두고 싶어하는 편이다. AI가 논의되기 시작한 지 불과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우리는 이미 일자리 파괴 등 중대한 변화가 동반되는 새로운 시대로 진입했다.
요즘 AI는 연구를 비롯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AI의 도움 없이는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을 정도다. 한때 검색의 중심이었던 구글조차 이제는 AI가 생성한 답변을 먼저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답변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최근 한 친구가 어떤 질문에 AI를 인용해 대답했을 때 필자는 AI가 유용한 참고자료가 될 수는 있지만 제대로 된 저널리즘의 기준을 충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AI는 무섭도록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이 정도의 발전 속도라면 AI는 가까운 미래에 인간 수준의 숙련도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AI의 무서운 발전 속도는 비즈니스 논의에서 중요한 화두가 됐고,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업계 지도자들은 변화하는 환경에서 자신과 회사가 뒤처지지 않도록 대비책을 마련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악시오스의 공동창립자인 짐 반데헤이는 최근 게시물을 통해 다른 CEO들에게 “AI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도태될 위험을 감수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악시오스는 이미 직원들에게 최소한 일과시간의 10%를 AI와의 소통에 할애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현재 AI 실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무료 플랫폼이 여럿 나와 있다.
좋든 싫든 우리는 AI가 주도하는 새로운 현실을 헤쳐가고 있다. 일전에 필자의 자동차가 너무 수다스럽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끊임없이 차의 기능과 성능에 대해 묻지도 않고 말을 걸어와 짜증스러웠다. 하지만 요즘 들어 자동차가 적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방해받지 않고 혼자 이야기하는 것을 선호할 때 그것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있는 것 같다. 물론 현실적으로 나 자신부터 AI와 제대로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필자는 은퇴할 의사가 전혀 없다. AI에게 내 일자리를 빼앗기지 않으리라는 합리적인 자신감도 있다. 아직도 필자는 AI의 글쓰기 능력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그러나 내 자동차가 나의 행동선호도를 학습할 수 있다면 결국 AI도 비꼬는 말, 빈정대는 말, 정확히 타이밍을 맞춘 무례한 말까지 터득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흥미로울 수는 있지만 사람들이 기계가 생성한 의견을 정말 읽고 싶어할까?
언젠가 필자가 만난 어떤 AI보다 뛰어난 지성을 가진 조지 윌(미국의 저명한 저널리스트)에게 칼럼 작성의 황금 표준이 된 기분이 어떤지 물었다. 그는 “토피카(미국 캔자스주의 주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된 기분”이라고 농담처럼 받아넘겼다. 필자는 흠잡을 데 없는 그의 자연스런 답변에 감탄했다. 윌의 경력은 의심할 여지없이 안전하다. AI가 그의 날카로운 재치와 영리한 냉소주의를 따라잡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사학위자인 윌이 AI에 정통한 것을 보면 높은 지적능력을 지닌 사람들도 절대 AI를 무시하지 않는 듯 하다.
흥미로운 것은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보다 AI를 더 빠르게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2023년 ‘포춘’ 기사에서 재러드 스파타로는 Z세대 근로자의 65%가 AI 시대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반면 같은 견해를 지닌 베이비붐 세대는 50%에 불과하다고 보고했다. 스파타로 자신도 AI를 보조 도구로 자주 활용하고 있다. AI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스파타로는 AI에게 명확하고 세부적인 지시를 내리고 복잡한 작업을 맡길 것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그는 AI를 활용해 현재 집중하는 업무에 따라 일상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놓친 회의 내용을 분석해 적절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물론 곧 출시될 제품 기능에 대한 창의적인 새 이름을 생각해 냈다.
사람 대신 AI 비서를 이용하면 얼마나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라. 그러나 AI 비서가 필자 대신 우체국에 갈까? 알고리즘에 의존하지 않고 적절한 타이밍에 필자를 웃게 만들 수 있을까? 내 기분에 상관없이 늘 미소로 나를 반겨줄까? 아니다. 이러한 일들은 가장 진보된 AI조차도 완벽하게 해낼 수 없는 기술이다. AI가 유용하긴 해도 인간보다 나을 수 없는 이유다. 데이터 프라이버시(개인정보보호)와 같은 윤리적 우려에도 필자는 의료와 위험 관리 분석에서 마법같은 진전이 이뤄지고 더 나은 휴대폰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