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타는 ‘뉴진스 로퍼’로 알려지면서 국내에서 품절 대란을 일으켰었다. 걸그룹 뉴진스가 ‘디토’라는 곡의 뮤직비디오에 이 브랜드를 신고 나오면서다. 하루타는 100년 전통의 일본 로퍼(끈 없는 구두) 브랜드.
투비스코리아는 라이선스를 통해 하루타를 국내에 유통·판매하는 회사다. 하루타뿐 아니라 스페인의 빅토리아 슈즈, 미국의 예루살렘 샌들, 스웨덴의 트레통 등도 투비스코리아가 국내에 소개하고 있으며 하나같이 MZ 세대 사이에 전폭적인 관심을 받는다.
서울경제 한국 10대 골프장 선정위원회 패널리스트인 정창곤(사진) 씨엔케이무역 대표이사는 “일본에 문스타라는 150년 된 신발 회사가 있다. 자가 공장과 자체 글로벌 브랜드가 있고 세계 각국에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ODM(연구·개발·생산)으로 진출해있다”며 “문스타처럼 해보자는 게 꿈이었다. 시작은 원대했으나 과정은 쉽지 않아서 아직은 (꿈에) 30%밖에 못 간 상태”라고 했다.
1991년 설립된 부산 해운대 소재의 씨엔케이무역은 지주사 개념이다. 그 계열사 중 하나가 서울 성수동의 투비스코리아. e커머스를 담당하는 인퓨전프로젝이라는 계열사도 또 있다. 중국에 공장 2개를 운영 중이고 베트남에도 공장이 있다. 정 대표는 ‘30%’를 얘기하며 자세를 낮췄지만 회사 전체 연매출로 1300억 원을 찍은 적 있고 전 직원이 2000명이 넘는다. 영국의 유명 레인부츠(장화) 브랜드 헌터의 전 세계 생산량 중 40%를 씨엔케이가 담당한다.
정 대표는 우직하게 신발 외길을 걷고 있다. 부산의 신발 수출회사 무역부에서 근무하다 씨엔케이를 창업하고 1994년에 공장을 열었다. 돌아보면 1992년 중국과 수교 전부터 에이전시로 중국을 다니면서 겪었던 어려움과 노하우가 사업에 밑거름이 됐다.
정 대표는 “(신발 외길의) 과거가 씨엔케이, 현재가 투비스라면 미래는 제조와 브랜드 사업, 유통의 원스톱 비즈니스”라고 힘줘 말했다. 이미 자체 브랜드인 영유아 레인·패딩부츠 부기베어, 2030 스니커즈 언노운으로 인지도를 넓히고 있는 가운데 정 대표는 “니치 마켓(틈새 시장) 속으로 들어가 잘할 수 있는 것에 더 집중하려 한다. 고무부츠로 승부수를 띄울 것”이라고 했다.
“생고무를 틀에 씌워 가마 안에 찌는 방식으로 만드는 신발을 가황 신발이라고 합니다. 제과점에서 오븐에 쪄서 빵을 만들 듯이요. 보통의 운동화나 구두와는 제조 방식이 완전히 다르죠. 이 신발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들어보고자 합니다.”
레인부츠가 여성 기능성 신발을 넘어 남녀를 가리지 않는 패션 아이템으로 부각되고 있는 트렌드도 정 대표의 포부에 기름을 부었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가면 고무장화 같은 신발을 많이 신습니다. 미국·영국·일본만 해도 필수 아이템이에요. 헌터는 결국 브랜드 가치인데, 우리 자체 생산 제품에 그런 브랜딩을 잘 입히면 시장은 충분히 있다는 생각입니다.”
정 대표의 성공 비결엔 고무 같은 유연함도 있다. 투비스코리아 경영을 딸에게 맡긴 것. 국내 유통할 해외 브랜드를 점찍을 때 전적으로 딸 정지혜씨의 안목을 믿는다. 대학에서 미술사를, 대학원에서 미술경영을 전공하고 미술관 큐레이터로도 일했던 딸 정씨는 하루타, 빅토리아 슈즈 등 브랜드들로 10년째 매 타석 연타석 홈런을 치고 있다.
투비스코리아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지혜씨는 “헤리티지(전통·유산) 있는 해외 브랜드를 많이 서칭하는 편이다. 지금 들여와 판매 중인 브랜드도 다 100년 이상 된 브랜드들”이라며 “고유의 디자인으로 아이코닉한 스토리를 꾸준히 풀어가는 브랜드에 욕심을 내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아버지와 딸은 1년에 두세 번씩 해외 유명 쇼를 방문해 트렌드를 확인하고 브랜드들과 교류하며 회사를 어필한다. 미팅에서 회사의 역량을 확인시키고 총판을 따오는 건 역시 아버지 몫이다.
정 대표는 “제가 가장 잘하는 건 제조 쪽이다. 바이어와 상담하고 오더 받고 계약하는 것까지다. 트렌드를 꽉 잡고 그에 따른 방향을 설정하는 건 정지혜 대표의 영역”이라며 “제 감성은 올드할 확률이 높은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코칭도 해주고 자꾸만 자극을 주는 딸이 있어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지혜씨는 “다른 일을 하다가 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10년을 일해보니 ‘아빠 참 힘드셨겠다’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진짜 존경하는 경영자인 거다, 저한테는”이라고 했다. “골프는 ‘똑딱이’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니 딸에게 30년 구력의 아빠는 존경하는 골퍼이기도 하겠다. 신발 고를 때 누구보다 깐깐할 부녀가 동반 라운드를 나가는 날엔 어떤 골프화를 신을지 궁금해졌다.
18문 18답
1 구력
31년
2 평균 타수
80대 중후반
3 월 평균 라운드 수(해외 포함)
4회 안팎
4 보유 골프 회원권
동래베네스트
5 평소 코스를 평가할 때 우선으로 삼는 기준(3개까지 복수 응답 가능)
골프장 경관과 주위 환경, 홀 디자인의 다양성과 코스 관리 상태, 클럽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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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국내 골프장
벚꽃 비가 내리는 봄날의 동래베네스트, 수국 만개한 여름철의 제주 사이프러스, 단풍 물든 가을의 블루원 상주
7 가장 독특하다고 생각하는 골프장
제주 테디밸리
8 나의 베스트 파3 홀은
남해 사우스케이프 7번 홀과 해남 파인비치 6번 홀. 바다와 협곡을 가로질러 볼을 그린으로 올릴 때의 짜릿함이 매력(천당과 지옥을 경험할 수 있음)
9 나의 베스트 파4 홀은
부산 아시아드 파인 코스 7번 홀. 드라이버 샷과 세컨드 샷, 퍼트까지 어느 하나라도 삐끗하면 더블 보기 이상을 감수해야 함(그래도 매번 파 세이브에 도전하는 게 묘미)
10 나의 베스트 파5 홀은
제주 테디밸리 밸리 코스 4번 홀. 손에 잡힐 듯 보이는 삼방산을 향해 뷰티풀 샷에 도전~!
11 외국에 소개할 만한 한국 골프장만의 자랑은
우리나라 골프장은 산악 코스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사계절 뚜렷한 자연의 변화와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끼며 플레이할 수 있다. 또한 골프장과 근처에서 각 지역을 대표하는 계절 음식들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자랑거리다
12 한국의 골프장 문화 중 이어져야 할 것과 없어져야 할 것은
코스 관리의 세심함과 전문성, 캐디의 성실함과 친절함은 이어져야 한다. 다만 원활한 진행을 명분으로 내세워 이용객을 지나치게 몰아붙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홀마다 경기 시간을 정해 이를 사전에 안내하는 등 골프장 측의 자체적인 룰이 필요할 듯함)
13 우리나라 골퍼들이 꼭 갖추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매너, 에티켓은
동반 플레이어에 대한 배려(특히 타구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 수칙 준수), 앞뒤 팀에 대한 예의(슬로 플레이는 뒤 팀을 짜증스럽게 하고 앞 팀이 벗어나기도 전에 샷을 날리는 일은 무례하다). 이 모든 것은 역지사지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겠다
14 가장 이상적인 동반자는 어떤 동반자라고 생각하나
기본적인 골프 매너를 갖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군더더기 없는 플레이 템포, 그린 위에서 에티켓, 경기에 임하는 적절한 집중력, 그리고 품격 있는 유머와 긍정 에너지를 지닌 사람이라면 최고일 것이다. 경기를 마치고 밝은 웃음과 내면의 여유, 따뜻함까지 갖추면 금상첨화다. 이런 동반자는 라운드를 특별하게 만든다
15 가장 좋아하는 골프선수는
올해 마스터스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로리 매킬로이. KLPGA 투어의 박지영
16 좋아하는 골프 금언은
매너가 골프를 지배한다(스코틀랜드 골프 격언)
17 골프 입문 계기는
1994년 중국 장쑤성(강소성) 쑤저우(소주)에 공장을 설립했는데 부근에 양천호를 낀 대상해 골프리조트가 있었던 게 계기가 됐다. 주말에 연습이나 클럽 소속 프로 골퍼와의 동반 라운드를 통해 6개월 만에 90대 초반에 진입하면서 흥미가 커졌다. 대상해 골프장이 상업 용지와 주택으로 변경돼 아쉬움이 남는다
18 나에게 골프란
휴식과 안정, 그리고 새로움이다. 치열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잠시 벗어나 자연과 함께하며 지친 마음을 다 내려놓게 된다. 티샷을 하고 각자의 길을 가다가 그린에서 다시 조우하는 과정 속에 얻게 되는 기쁨과 도전, 번뇌, 후회, 희열, 겸손과 배려를 통해 또다시 새로움을 채워간다
[서울경제 골프먼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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