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탄·방사포탄 약 900만 발, 탄도미사일 100기 이상, 중포 200대 이상 등 북한이 러시아에 지원한 무기의 구체적인 규모가 최초로 확인됐다.
대북 제재 감시 기구인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은 29일 첫 보고서를 통해 북한에서 러시아로 이전된 무기의 종류와 수량 등을 공개했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북한의 지원에 관한 추정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세부 정보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MSMT는 한국·미국·일본과 호주·캐나다·프랑스·독일 등 11개국이 참여하는 대북 제재 감시 기구다. 지난해 3월 러시아의 반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북한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해체된 후 우리나라의 제안으로 지난해 10월 설립됐다. 대북 제재에 미온적인 러시아·중국이 제외되고 한미일 3국이 주도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2023년 9월부터 컨테이너 2만 개 이상 분량의 포탄과 관련 물자를 러시아에 제공했다. 이에 따라 2024년 한 해 동안 북한에서 러시아로 이전된 포탄과 방사포탄은 약 900만 발에 달한다. 러시아 화물선이 49차례에 걸쳐 자국의 극동 항구로 실어 나른 포탄은 다시 철도를 통해 중서부 탄약고로 옮겨졌다.
북한제 탄도미사일 100기 이상과 3개 여단이 사용 가능한 분량(200대 이상)의 중포도 이전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보고서에 담긴 내용에 대해 “참여국 간 교차 확인을 실시해 의미 있는 숫자”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인력도 러시아에 제공했다. 파병 규모(1만 4000명)는 우리나라 정보 당국에서도 확인한 바 있지만 이들이 러시아로부터 기본적인 보병 작전 훈련과 드론 대응 훈련 등을 받은 후 쿠르스크 전장에 투입됐다는 정보는 처음 공개됐다. 또 지난해 러시아로 파견된 북한 노동자는 8000명 규모다. 북한은 올 상반기에도 수천 명 규모의 건설·임가공업, 정보기술(IT) 및 의료 분야 인력을 추가로 투입했다.
그 대가로 러시아는 북한에 최소 1대의 판치르(이동식 방공 시스템)급 전투차량을 이전했다. 특히 전장에서 사용한 탄도미사일 관련 데이터를 제공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과 관련해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데이터를 확보하게 됐다는 의미다.
이는 모두 유엔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이다. MSMT는 대북 제재와 관련한 면밀한 감시와 이행 강화, 추가 유엔 제재 대상 지정에 관한 협력, 대북 제재 회피 관련 정보 공유 강화 등을 국제사회에 권고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