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국제통상법원 재판부가 28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를 무효라며 발효를 중지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법에 의해 부여받은 권한을 넘어섰다고 판단해서다. 상호관세 효력을 영구히 중단한 재판부의 핵심 논리이기도 하다.
지난달 전 세계를 상대로 상호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내린 행정명령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삼고 있다. 지미 카터 행정부 시절인 1977년 제정된 IEEPA는 국가 안보와 외교·경제에 대한 ‘통상적이지 않고 특별한 위협’에 대응해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재판부는 이날 결정문에서 “IEEPA가 무제한적인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위임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 헌법상 다른 국가와 무역을 규제하는 독점적 권한은 의회에 있으며 대통령의 비상 권한이 이를 침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의 효력이 상호관세와 관련해 제기된 다른 소송에도 미친다고 못박았다.
재판부는 또 미국의 무역 적자를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한 트럼프 행정부의 인식도 문제 삼았다. 미국 중소기업 5곳의 소송을 대리한 리버티저스티스센터는 재판 과정에서 “미국의 무역 적자가 비상사태도 아니며 이례적이거나 극단적인 위협도 아니다”라고 주장해 왔는데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행정부는 1975년부터 50년간 이어져 온 미국의 상품 무역 적자를 국가비상사태로 자의적으로 판단했다”고 꼬집었다. 뉴욕타임스도 “IEEPA를 관세 부과에 적용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상 유일하다”면서 “IEEPA에는 관세에 대한 규정이 어디에도 없다”고 질타했다. 실제로 미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지난해 초까지 미국 대통령이 IEEPA를 활용한 것은 총 69건이지만 관세 부과의 근거로 쓰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판결 직후 항소하면서 미 연방순회항소법원의 2심 결과가 주목된다. 최소 6개월 후 진행될 2심 결과에 따라 미국 대법원에서 최종 판단이 가려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외신들은 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들로 인해 6 대 3 보수 우위로 재편된 만큼 1심의 판단이 뒤집힐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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