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관광객을 겨냥한 서울의 호텔 등 숙박시설이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폐업이 증가한 상황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과 공사비 상승 등 여파로 신축 호텔 개발이 멈춰선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가 제시한 ‘2026년 외국인 관광객 3000만 명 유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숙박시설 개발 시 과감한 인센티브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서울 시내 호텔 객실 수는 6만 708실로, 2021년(6만 1483실)보다 1.2% 감소했다. 같은 기간 방한 외국 관광객 수가 약 97만 명에서 1600만 명으로 급증한 것을 고려하면 숙박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공급 불균형에 숙박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자 경기·인천 등 수도권 외곽에 숙소를 잡는 관광객도 늘어나고 있다. 박정록 서울시관광협회 부회장은 “팬데믹 기간 다른 산업계로 빠져나간 관광업계 인력이 돌아오지 않고 있는 것도 숙박시설 운영에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조선호텔앤리조트에 따르면 조설팰리스·웨스틴 조선 서울 등 서울 주요 5개 호텔의 5월 평균 객실 예약률은 지난해 약 84%에서 올해 86%까지 높아졌다. 호텔 관계자는 “특이 상황을 대비해 객실의 약 10%는 예약을 받지 않고 남겨두는 것을 고려하면 만실”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숙박시설이 부족해진 가장 큰 이유는 경영 악화로 인한 폐업 증가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서울의 관광숙박업 및 숙박업소 폐업은 2019년 26건에 불과했지만 2022년 68건으로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영업 인허가 수는 77건에서 45건으로 40% 이상 감소했다.
시내 호텔 부족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급 선행지표인 인허가 및 착공 실적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숙박시설 건축 인허가 면적은 약 13만㎡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1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2021년(50만㎡)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개발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서울은 낡은 호텔까지 만실 상태로 최근 개장한 서울 시내 극소수 신규 호텔은 방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공사비와 땅값 급등으로 사업성 확보가 어려워 외국인 관광객이 선호하는 3~4성급 호텔 공급은 향후 10년간 전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에 따라 앞으로 호텔 숙박료도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일본의 경우 엔저로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며 호텔 수가 많은데도 최근 3~4년간 객실료가 약 2배 올랐다”고 밝혔다.
호텔 개발에 제동이 걸린 가장 큰 요인으로는 PF 시장 경색이 꼽힌다. 시행사 등 개발 주체가 땅을 사들인 뒤 인허가를 받고 숙박시설 공사에 돌입했지만, 2022년부터 높은 금리와 상업용 부동산 침체에 개발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자잿값 인상에 따른 공사비 상승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3월 비주거용 건물의 공사비지수(2020년=100)는 130.66으로 4년 새 약 20% 이상 상승했다. 서울 4성급 호텔의 3.3㎡당 공사비는 1500만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서울 강남권 아파트 재건축 공사비는 3.3㎡당 900만 원 수준이다.
개발 업계에서는 숙박시설 공급을 늘리기 위해 획기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서울시는 내년 외국 관광객 유치 목표로 3000만 명을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약 1300만 명)의 약 2배 이상 규모다. 이를 위해 시는 올해 2월 관광숙박시설 용적률 완화 방안을 내놨다. 명동·북창동 일대에 관광숙박시설 건축 시 법적 상한의 1.2배였던 최대 용적률을 1.3배까지 높여주는 게 골자다. 관광진흥법상 관광숙박업으로 분류되는 관광호텔과 한옥호텔 등이 대상이다. 이를 통해 일반상업지역 기준 최대 용적률은 기존 800%에서 1040%까지 늘어난다. 시는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용적률 완화 혜택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관광객 수 증가 목표 대비 민간 차원의 숙박시설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건축 사업성은 높이고 노후화 시설은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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