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 노동자 2명 중 1명꼴로 산재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볼 수 있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산재보험은 보편적인 사회안전망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사각지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은정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는 29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근로복지공단 창립 3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발제자로 나서 “산재보험제도는 이제 포괄적으로 적용되고 있지만, 사각지대가 여전하다”고 말했다.
산재보험의 핵심 지표인 산재보험급여 수급자는 2023년 39만8000명으로 전년 대비 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지급액도 7조2849억 원으로 9% 늘었다. 수급자와 지급액 모두 역대 최대 규모다. 2000년 혜택 사업장 기준이 근로자 1인 이상으로 확대된 결과다. 2023년 여러 사업장에서 일해도 산재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전속성 요건’도 폐지됐다.
산재보험 사각지대는 근로자와 자영업자 경계에 있는 노동자다. 이들은 실제로는 산재보험 대상인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일 가능성이 높지만, 근로자성 입증이 어렵다. 박 교수는 이날 학술대회에서 작년 새벽배송 노동자 102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를 처음 공개했다. 산재보험 가입률은 48%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건강보험 가입률이 75%에 이르는 상황과 대비된다. 박 교수는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임에도 사업소득세 3.3%를 납부하는 개인사업자로 위장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학계에서는 근로자인데 특수형태고용종사자, 개인사업자, 프리랜서로 통계에서 잘못 분류된 노동자 문제를 ‘오분류’라고 부르면서 해결돼야 할 과제로 꼽아왔다.
박 교수는 산재보험의 특례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장실습생, 노무제공자처럼 보험 혜택이 가능한 업종을 정한 특례제는 플랫폼 종사자처럼 새로운 고용 형태를 제대로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학술대회 참석자들은 박 교수의 제안처럼 산재보험 혜택 범위를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기조강연을 맡은 강순희 전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공단은 기존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벗어나 포괄적 복지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길 근로복지공단 이사장도 “플랫폼 종사자 증가처럼 노동 환경이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며 “공단은 일하는 모든 사람에 대한 산재보험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