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쌀값을 잡기 위해 비축미를 기존 가격의 절반에 수의계약으로 방출했으나, 소매업계의 폭주하는 주문으로 하루 만에 접수를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28일(현지시간) 요미우리신문과 교도통신에 따르면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은 전날 밤 약 70개 사업자가 총 20만t 이상의 비축미 구매 의사를 전해왔다고 밝혔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26일 2022년산 비축미 20만t과 2021년산 비축미 10만t을 기존 입찰 방식 판매가의 절반 가격에 수의계약으로 팔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12~18일 슈퍼에서 판매된 쌀 5㎏ 평균가격은 4285엔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청 업체로는 이온, 이토요카도 등 대형마트와 패밀리마트 등 편의점 체인, 라쿠텐 그룹 등 온라인 쇼핑몰이 확인됐으며, 대부분 2022년산 쌀 구매를 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는 29일부터 일부 사업자를 대상으로 비축미 인도를 시작해 내달 초 소비자 구매가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농림수산성은 이르면 30일 중소 소매업자를 대상으로 2021년산 비축미 수의계약 접수를 시작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2021년산 비축미의 경우 세금을 제외한 소매가 목표를 5㎏당 1800엔으로 정했다. 수요가 적은 점을 고려해 2022년산 비축미 가격(2000엔)보다 낮췄다. 고이즈미 농림상은 이번 수의계약 대상 30만t 외에도 나머지 비축미 30만t을 모두 방출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원활한 공급을 위해서는 현미 상태로 보관 중인 비축미의 도정 작업이 관건이다. 일본 정부는 비축미를 장기 보존에 적합한 현미로 보관하고 있다. 많은 소매점이 정미 작업을 자체적으로 할 수 없어서 전문 업체에 의뢰해야 하는데, 이들 업체는 앞서 풀린 비축미 도정을 하는 상황이라 반값 비축미 정미에 속도가 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해 여름부터 일본 쌀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치솟는 쌀값에 수입 카드도 거론되고 있으나 집권 자민당 모리야마 히로시 간사장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이 사실상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상은 쌀 수입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보고 있으나, 모리야마 간사장 등 이른바 '농림수산족'이 쌀을 성역으로 여겨 저항하는 등 당내에 온도 차가 있다며 여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쌀 수입량을 늘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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