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전통 제조 기업들의 몸값이 인공지능(AI) 붐을 타고 거침없이 뛰고 있다. 이들 기업은 강점인 제조 기술을 바탕으로 데이터센터 인프라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AI 붐으로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제조 업체 4곳의 가치가 급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독일의 전력 기업인 슈나이더일렉트릭과 지멘스, 프랑스의 전기 장비 제조사 르그랑, 스위스의 로봇 강호 ABB가 ‘유럽 AI 4대장’의 주인공으로 꼽혔다. 이들 기업은 오픈AI가 챗GPT를 출시하며 AI 붐의 서막을 알린 2022년 11월 30일부터 이날까지 41%에서 최대 68%까지 주가가 뛰었으며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은 총 1510억 유로(약 234조 8650억 원)나 증가했다.
AI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것이 공통점이다. 슈나이더일렉트릭은 미국의 대형 전력 장비 업체 아메리칸파워컨버전(2006년), 데이터센터 액체 냉각 솔루션 회사 모티브에어(2024년)를 인수하는 등 데이터센터 분야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지난해 이 회사가 수주한 물량의 24%가 데이터센터 관련 분야에서 나왔을 정도다.
산업용 로봇으로 유명한 ABB는 최근 들어 데이터센터 사업 부문에서 더 많은 매출을 내고 있다. 지난해 ABB가 전기화 부문에서 수주한 164억 달러 가운데 데이터센터 관련이 15%를 차지했는데, 이는 2022년(9%)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지멘스 역시 지난해 상반기 데이터센터 사업 매출이 45%나 뛰어올랐고 전력케이블이 전문인 르그랑은 2019년 10%에 불과했던 데이터센터 주문이 지난해 20%로 2배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들 기업의 성장 전망이 앞으로 더욱 밝을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분석 업체 델오로의 알렉스 코도빌 애널리스트는 “미국 빅테크들이 화려한 AI 기술로 주목받지만 (데이터센터 등) 제조 인프라 핵심은 유럽이 주도하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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