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버스 노동조합이 파업에 나서면서 출근길 대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사는 수 차례 본교섭과 조정회의 등 실무 협의를 진행했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며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 마지막까지도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한 탓에 파업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시는 시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비상대책수립에 나섰다.
28일 서울시내버스노동조합은 사업조합 측과 임금·단체협약이 결렬됨에 따라 첫 차부터 운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앞서 양측은 전날 오후 3시부터 자정까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비공개 교섭을 진행했다. 교섭에는 조합과 노조 측 3인 씩 총 6명이 참석했다.
노사는 지난해 12월 13일부터 9차례 임단협 교섭을 진행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지난달 2차 조정 회의가 결렬되며 비공개 실무 협상을 이어왔지만, 결국 합의를 이루는 데 실패했다.
가장 큰 쟁점은 정기 상여금이다. 노조는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조합 측은 인건비 부담 등을 이유로 상여금 폐지 등 임금 체계부터 개편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통상임금은 연장·휴일·야간근로수당 등을 책정하는 기준이 돼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반영할 경우 임금이 증가한다. 사측은 이번 임단협에서 노조의 요구안인 기본급 8.2% 인상에 이어 상여금까지 통상임금에 반영할 경우 인건비가 25% 가량 오른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조는 마지막 협상일인 이날 임금체계 개편에 반대 입장을 다시금 피력하면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반영하는 대신 임금인상률을 조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사측의 최초 요구안(0%)과 노조의 요구안(8.2%) 사이에서 조정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국 협상은 결렬됐고 노조가 예고한 대로 파업이 개시될 예정이다. 지난해 3월 이후 1년 만이다. 당시에는 서울 시내버스의 90% 이상이 운행을 멈췄고, 노사가 극적 타결하며 파업은 11시간 만에 종료됐다.
이번 파업은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만큼 장기화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시내버스 운송 업체 64곳이 394개 노선에서 버스 7014대를 운행 중이다. 여기에 같은 날 부산·울산·창원이, 29일에는 광주 시내버스가 파업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전국적으로 1만2000대의 시내버스가 멈춰설 것으로 전망됐다.
서울시는 비상수송대책 가동에 나설 예정이다. 서울시는 최소 3일 이상 파업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매일 173회 증회 운행, 출퇴근 주요 혼잡시간 현행보다 1시간 연장, 지하철 막차 다음 날 2시까지 연장 등을 준비했다.
25개 자치구도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 하기 위해 거주지에서 지하철역까지 무료셔틀버스 운행을 시작한다. 용산구는 4개 권역에 각각 4대씩 총 16대의 전세버스를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하고, 용산문화시설 셔틀버스도 증편 운행한다.
이 밖에 중구는 신당노선과 중림노선 등 2개 노선별로 5대씩 총 10대의 버스를, 서대문구는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지하철역 연계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할 예정이다. 또 양천구도 2·5호선 까치산역, 5호선 목동역·신정역과 연계한 비상수송차량 10대를 투입하고, 은평구, 강서구, 송파구도 일시적으로 셔틀버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민주버스본부도 파업 동참을 선언하며 전국적으로 파업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며 “사측은 노조의 파업 시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고수하는 한편 위법 사안에 대해 법적 조치에 나선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날 노조는 각 지부 게시판에 ‘28일 파업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학자금, 장학금 지급을 중지하겠다’고 밝히며 노사 간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사업조합측은 복지기금은 서울시와 서울버스조합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복리후생제도라 노조가 차별·차등하는 것은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조합 측은 복지기금을 회수하고 직접 복리후생제도를 운영하는 등 대응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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