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6·3 대선을 앞두고 대법관 증원 추진 등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사법부 독립 훼손 우려를 낳는 일부 법안들을 거둬들였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는 26일 비(非)법조인의 대법관 임명을 가능하게 하는 법안과 대법관을 현행 14명에서 100명으로 증원하는 법안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법안들은 최근 대법원이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내린 후 박범계·장경태 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것이다. ‘이 후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라는 지적이 쏟아지자 의원 개인 차원의 법안이라고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은 현행 사법 시스템을 흔드는 일부 법안들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관을 30명 정도로 늘리는 김용민 의원의 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회부했다. 압도적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집권하면 추가되는 대법관 16명 중 대다수를 민주당과 가까운 코드 인사로 채울 수 있게 된다.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정권도 2004년 대법관을 20명에서 32명으로 늘리면서 12명을 모두 친정부 인사로 채워 사법부를 장악하고 현재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까지 장기 집권을 하고 있다. 민주당은 또 대법원 판결에 대해 헌법소원을 허용해 사실상 4심제를 도입하는 법안과 조희대 대법원장 특검법도 추진하고 있다. 이러니 “민주당이 지금은 눈치를 보지만 대선 이후 사법부 장악을 다시 시도할 것”이라는 의심을 받는 것이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이날 임시회의를 열고 ‘재판 공정성’ ‘재판 독립 침해 우려’ 등 기존의 두 가지 안건 외에 사법부 불신 초래에 대한 깊은 유감 표명, 사법부 독립 침해에 대한 재발 방지 촉구 등 5개 안건을 추가로 상정했다. 다만 선거 영향과 정치 중립 훼손 논란을 의식해 결론 도출 없이 대선 이후 다시 회의를 열기로 했다. 다음 법관회의는 법원의 신뢰 회복과 함께 사법부 독립과 삼권분립 지키기에 논의를 집중해야 할 것이다. 이 후보와 민주당은 모든 사법부 겁박 법안을 철회하고 대선 이후에도 이를 강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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