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中태양광 모듈, 글로벌 수요 2배 육박…'국가 주도 성장의 역풍'

■ 中 7대 모듈사 첫 적자

막대한 보조금에 과잉생산 악순환

국가주도 성장 전략 한계 내몰려

'선텍 파산' 악몽 재연되나 공포에

中정부 보조금 축소 등 구조조정

출혈수출로 美·EU와 통상 마찰

韓 겨냥 '덤핑 폭격' 거세질수도

중국이 내몽골 쿠부치 사막에 총 100GW 규모로 짓고 있는 ‘태양광 만리장성’의 모습. 2017년(왼쪽)만 해도 황량했던 사막이 지난해12월(오른쪽) 현재 방대한 규모의 태양광 패널로 덮여 있다. 출처: 미국 나사 지구관측소




빛 잃는 中태양광…7대 모듈사 첫 적자


중국 태양광 산업이 심각한 과잉생산의 늪에 빠졌다. ‘공멸만큼은 피하자’며 태양전지(모듈) 업계가 맺은 감산 합의가 무색하게 생산량이 최대 수준으로 치솟았으며 7대 모듈 제조사가 8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수익성이 악화했다. 막대한 보조금을 풀며 국가 주도 성장을 해온 중국의 ‘태양광 굴기’가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 태양광 모듈 생산량은 3월 78.4GW(기가와트)를 기록하며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지난달에도 모듈 생산량은 71.7GW로 1년 전 대비 33.4%나 급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말 업계가 자율적으로 연간 생산량을 정하자고 합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W(와트)당 0.09달러(약 123원)에 불과할 정도로 모듈 단가가 헐값으로 떨어지자 생존에 내몰린 제조사들이 생산량을 늘리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중국 7대 모듈 제조사는 지난해 총 270억 위안(약 5조 1400억 원)의 적자를 내 해당 기업의 실적 비교가 가능한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 수렁에 빠졌다. 올 1분기에도 중국 대형사(론지·트리나·JA·진코·통위)의 적자 규모는 83억 8000만 위안(약 1조 6000억 원)에 달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당국도 보조금을 줄이는 등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고강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최초 ‘전동화 국가’ 야망이 촉발한 공급 과잉 늪


중국 태양광 산업이 통제 불가 수준의 과잉 생산으로 수익성 악화에 빠지면서 중국의 국가 주도 태양광 성장 전략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수요와 상관없이 정해진 가격으로 대규모 물량을 사들인 정책이 자국 산업을 공멸의 위기로 몰아넣었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2013년 당시 세계 최대 태양광 패널 제조 업체였던 중국 선텍이 과잉 생산에 따른 적자를 견디다 못하고 파산했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는 공포마저 감돌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다음 달부터 태양광에 대한 보조금을 대폭 축소하고 고정가격제도를 폐지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전력 시장 개편안을 시행하는 배경에는 과잉 생산이라는 병폐를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는 현실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지원만 믿고 생산량을 늘려온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구조조정 메스를 들이대야 한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새로운 정책이 기존 사업에는 적용되지 않도록 완충 장치를 마련했지만 태양광 업계에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두고 그간 중국 당국이 앞장서 태양광 산업 확대를 독려했던 만큼 뒤늦게 정책 실패를 자인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중국은 에너지원 7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태양광은 중국이 에너지 자립을 위해 전략적으로 육성한 기간산업이다. 미국과 중동 등 산유국에 대항하는 한편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세계 최초의 ‘전동화 국가(Electro-state)’로 발돋움하겠다는 구상을 구체화할 수단이기도 하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태양광에 깊은 관심을 드러내면서 당국은 태양전지를 전기차, 리튬이온 배터리와 함께 ‘신(新) 3종 신기(神器)’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지원에 나섰다.



에너지 시장 분석기관 우드매켄지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2011~2023년 태양광에 쏟아부은 보조금은 무려 500억 달러(약 68조 4400억 원)에 달한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태양광 업계는 원료부터 최종 제품에 이르는 글로벌 공급망 80%를 장악하고 있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태양전지 효율을 달성하는 등 기술적인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수요를 뛰어넘는 과잉 생산에 따른 부작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중국 태양광 모듈 업계의 생산량은 매년 글로벌 수요를 웃돌았고 급기야 지난해에는 격차가 2배 가까이 벌어졌다.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급락은 수익성에 직격탄을 날렸다. 2020년 와트(W)당 0.22달러였던 모듈 단가가 지난해 말 0.09달러로 60%나 급락한 것이다.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중국 5대 태양광 모듈 제조사는 지난해 말 적자 규모가 130억 9000만 위안(약 2조 5000억 원)으로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다. 5대 제조사 가운데 한 곳인 론지솔라의 중바오선 회장은 올 3월 업계 콘퍼런스에 참석해 “중국 태양광 발전 산업은 ‘위험 지대’에 들어섰다”며 깊은 위기감을 드러냈다.

내달 보조금 축소·고정가격제 폐지, 시장 ‘지각변동’


지난해 말 중국 태양광 모듈 업계가 산유국 방식의 감산을 합의하고 나선 것도 고질적인 과잉 생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말 중국태양광산업협회(CPIA)는 기존 시장점유율과 생산 능력, 예상 수요를 바탕으로 업체별 연간 생산량을 할당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산유국들이 매달 회의를 열어 원유 적정 생산량을 정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방식을 참고한 것이다. 당시 업계 고위 임원은 “지금 우리의 핵심 키워드는 생존”이라며 절박한 심정을 드러냈다. 블룸버그는 세계 최대 태양광 패널 제조사였지만 과잉 생산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2013년 파산한 선텍과 같은 사례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공포가 번지고 있다고 짚었다.

문제는 이 같은 과잉 생산이 중국 내부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중국 태양광 업체들은 지난 몇 년간 원가에도 못 미치는 출혈 수출로 세계 각국의 산업 생태계를 교란했다. 일명 ‘디플레이션 수출’이다. 수요보다 공급이 턱없이 많다 보니 중국은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제 살 깎아 먹기 식 가격 인하 경쟁을 벌이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중국의 저가 태양광 모듈 등의 유입을 막기 위해 지난달 중국의 ‘우회 수출로’로 알려진 동남아 4개국에 최대 3521%의 관세 ‘폭탄’을 때렸고 유럽연합(EU)도 비슷한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 태양광 업계에서도 미국과 EU 시장이 막히면 중국 저가 태양광의 한반도 공습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