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과제 연구개발비 전용으로 발급된 법인카드를 외부인에게 제공하고 2000만 원 넘게 사용하게 한 공기업 직원을 해고한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진현섭)는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지난 3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 기술연구부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SH공사는 2018년 국토교통부에서 공모한 개발과제에 연구개발 기관으로 선정됐고, A씨는 연구원으로 합류해 연구개발비 집행 등 실무를 전담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국책과제 연구개발비 전용으로 발급된 법인카드를 공동연구기관 소속 대학 학부생 등 외부인에게 무단으로 제공했다. 학생들은 해당 법인카드를 사용해 쇼핑몰 등에서 총 64회, 약 2400만 원을 지출했다. A씨는 이를 자신이 사무용 소모품을 구입한 것처럼 회계결의서에 표시하고, 학생들이 보내준 거래 내역이 실제 구매한 물품인지 확인하지 않은 채 범정부 연구비통합관리시스템에 업로드했다.
SH공사는 2022년 A씨의 행위에 대한 내부 공익신고를 접수한 뒤 자체 감사를 실시했고, 2023년 8월 인사위원회를 열어 A씨의 해임을 의결했다. A씨는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며 구제를 신청했지만,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를 모두 기각했다. 이에 A씨는 “법인카드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지만, 연구수행을 원활히 하고 성과를 내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주장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장기간 64회에 걸쳐 반복적으로 비위행위를 지속했고, 내부 공익신고에 따라 진행된 감사에서 A씨의 비위행위가 적발됐다”며, “SH공사의 피해액이 2000만 원을 상회하는 점에서 비위의 정도가 가볍지 않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의 경력이나 직책, 내부 감사 중 보인 태도 등을 고려할 때, SH공사와 A씨 사이의 신뢰관계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훼손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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