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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치원 지으면 입주민에 우선권"…아파트 노인시설 갈등 풀릴까 [집슐랭]

은평구, 입주민 우선 이용 위한 법령 개정 건의

초고령화 사회 진입에도 노인요양시설 태부족

공공기여 가능 불구 조합서 '기피시설' 기류 강해

정부 법령 개정 회의적…전문가 "인센티브 줘야"

지난해 8월 서울 여의도 시범아파트에 서울시의 기부채납(공공기여) 요구를 비판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서울경제DB




공공기여 노인시설을 두고 정비사업지마다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입주민에게 우선 이용 혜택을 부여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수요는 늘어나는데 조합 반대로 건립이 어려워지자 지방자치단체가 공공기여를 유도하기 위해 꺼내든 당근책이다.

25일 서울시구청장협의회에 따르면 은평구는 민간 정비사업 공공기여로 조성된 노인요양시설 또는 노인의료복지시설을 입주민이 우선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에 법령 개정을 건의하자고 제안했다. 협의회에서 의견이 모이면 관계 부처에 건의안을 전달할 방침이다.

노인요양시설은 고령자, 치매·중풍 등 노인성 질환자가 이용하는 복지시설이다. 장기요양등급 1~2등급 판정을 받거나 3~5등급자 중 시설급여로 판정되면 입소할 수 있다. 장기요양시설도 있지만 매일 통원하면서 이용하는 ‘노치원(데이케어센터)‘도 있다. 공공기여는 용도·용적률 완화 혜택을 받는 대신 공공시설을 짓거나 부지를 제공하는 제도다.

법령 개정을 위해서는 우선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을 손봐야 한다. 공공기여로 노인요양시설을 확보한 공동주택 거주자에게 우선 입소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조항이 신설돼야 한다. 현행법은 장기요양기관이 입소자를 차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어 특정 집단에 우선권을 주는 행위는 불가능하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시행령) 개정 역시 이뤄져야 한다. 일정 가구 수 이상 공동주택 건립 시 경로당과 놀이터처럼 노인요양시설도 주민공동시설로 반드시 설치하고, 입주예정자 반대가 많을 경우 예외를 허용하자는 제안이다. 또 시설을 공공기여할 경우 단지 거주자가 우선 이용할 수 있다는 조항도 필요하다.

통계청 전망에 따르면 서울 노인 인구 비율은 2028년 22.6%, 2038년 30.3%, 2052년 37.2%로 급증하지만 노인요양시설 472개소 중 시립 시설은 11곳에 불과하다. 3월 기준 서울 노인요양시설 정원은 1만 7224명인 반면 장기요양 인정자(1·2등급) 수는 2만 3371명에 달해 수요 충족률이 73.6%에 그친다. 시립은평실버케어센터는 정원이 75명인데 약 370명이 대기할 정도로 자리가 부족하다. 요양급여 지원을 받는 공공 시설은 비용 부담이 낮고 만족도가 높아 민간 시설보다 선호되지만 건립·유지관리 비용이 걸림돌이다.



공공기여로 해결할 수 있지만 주민 갈등이 문제다. 노인요양시설이 집값을 떨어뜨린다며 조합원들이 완강히 반대하기 때문이다. 여의도 재건축 추진 단지인 시범아파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시가 2023년 시범아파트에 공공기여로 데이케어센터를 짓도록 요구했지만 조합원들이 반발하면서 정비구역 지정 고시가 1년 넘게 늦어졌다.

공공기여 노인요양시설을 입주민이 우선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될 경우 조합 입장도 달라질 수 있다. 그동안 공공기여 노인요양시설이 외부인을 위한 기피시설로 인식됐지만 본인 가족에게 필요한 시설로 생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여 후에는 정부나 지자체 관할이 되기 때문에 관리비도 아낄 수 있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노인요양시설이 없어 주민들이 경기도까지 가는 상황”이라며 “요양시설을 아파트 단지에 넣으면 입주민 가족의 요양 부담을 덜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 수색 13구역 재개발 공공기여로 조성된 시립은평실버케어센터. 사진 제공=은평구


법령 개정이 실현되려면 정부 동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정부는 요양시설 부족이 서울에 국한된 문제이고, 법을 바꾸면 수요가 적은 지역에까지 적용돼 불필요한 소모가 발생한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가 2000가구 이상 신축 아파트에 노인요양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할 수 있도록 시행령 개정을 제안했으나 국토교통부 반대에 부딪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행 주택법에서도 정비사업계획 승인권자인 지자체장이 요양시설을 짓도록 협의할 수 있는데 법 개정으로 해결하자는 것은 주민 갈등을 피하기 위한 행정편의적 발상일 뿐”이라며 “오히려 이용하지 않거나 방치되는 문제 때문에 주민공동시설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료법상 의료 이용자를 가려 받을 수 없듯이 장기요양급여도 차별할 수 없게 돼 있다”며 “요양시설 우선 입소는 의료법 체계와 상충하기 때문에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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