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허위신고 논란 커지는데…檢 무고수사·기소는 반토막

2020년 701명서 작년 290명

수사 종결권 경찰에 넘어가며

검찰은 직접수사·지휘권 제한

보고서만 보고 판단내려야 해

피해자 고소 전에는 수사 불가





A씨가 30대 여성 B씨를 만난 건 지난 2023년 10월 1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사람은 당시 데이팅 앱을 통해 첫 만남을 갖고 합의 하에 성관계를 맺었다. 하지만 B씨는 한 달 뒤 돌연 “A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서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가해·피해자였던 A·B씨의 상황이 180도 바뀐 건 올 2월 열린 재판이었다. 부산지법 형사12단독(재판장 지현경)은 ‘A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무고한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 유예를 선고했다. 재판 결과, B씨는 A씨와 성관계로 인해 임신을 하게 되자 임신 중절 수술 비용을 받기 위해 A씨를 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성범죄 사건 등에 대한 허위 고소·고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5년 새 검찰의 무고죄 수사·기소가 절반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무고 혐의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가 제한되면서 빚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검찰이 지난해 무고 혐의를 인지해 수사한 피의자는 290명으로 2020년(701명)보다 58%가량 급감했다. 올 들어 4월까지 검찰이 인지한 무고죄로 수사를 받은 인원도 59명에 불과했다. 검찰이 무고죄 수사를 개시하는 사례가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한 건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2021년(219건)부터다. 1년 뒤인 2022년에는 134명까지 감소했다.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으로 무고 혐의 수사가 가능해지면서 2023년 276명까지 다시 늘었으나, 5년 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했다.

거짓 고소·고발을 입증키 위한 검찰 인지 수사가 줄자, 재판에 넘겨지는 피의자도 급감했다. 2020년 무고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 수는 427명에 달했가. 하지만 2021년에는 148명으로 또 2022년에는 90명으로 줄었다. 이후 다소 증가세로 돌아서기는 했으나, 여전히 2020년의 절반 수준이다. 검찰의 인지 수사·기소가 급감하자 무고 혐의 1심 재판도 2019년 1033건에서 2023년 606건으로 급감했다.





형법상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징계 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거짓 사실을 신고한 행위’를 뜻한다.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허위 고소나 고발로 국가 형사·사법 기능을 침해하고, 피해자를 부당한 형사 처분에 받을 위험에 높이게 하는 중범죄로 꼽히지만, 실제 수사·기소는 물론 재판까지 급격히 줄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검찰이 무고 혐의를 인지해 수사하는 데 한계를 지닌 현 형사·사법 시스템이 이미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검경 수사권이 조정되기 이전에는 검찰이 무고 혐의에 대해 경찰을 상대로 수사 지휘가 가능했다. 또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기더라도 피의자와 피해자 등에 대한 추가 수사도 할 수 있었다. 검찰이 기소 여부를 최종 판단하기 앞서 막바지 수사를 통해 무고 혐의 유무를 판단해 직접 수사하거나, 경찰에 수사 지휘를 내릴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수사 종결권이 경찰로 넘어가면서 검찰은 관계자 추가 소환 조사 등 직접 수사 없이 경찰의 불송치 보고서만 보고 무고죄에 해당하는 지를 판단해야 한다.

검찰 사정에 밝은 한 법조계 관계자는 “무고죄는 거짓 고소나 고발로 상대방를 처벌·징계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게 핵심이라 직접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피의자 등에 대한 한 차례 조사도 없이 서류 내용만 보고 허위 고소·고발이었는지 판단하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들이 무고 혐의에 대해 직접 고소하지 않는 한 소환 조사, 압수수색 등 직접 수사 개시도 할 수 없어 검찰이 처리하는 무고 혐의 사건이 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