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가방 수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김 여사에 대한 소환 조사 등 강제 수사를 위해 고삐를 죄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6·3 대선이 임박한 데다, 각종 의혹의 연결 고리를 검찰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만큼 김 여사 소환 조사 등 강제 수사가 내달 중순 이후에야 가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박건욱 부장검사)는 최근 김 여사 수행 비서 유모씨를 소환 조사하는 과정에서 ‘샤넬 가방 교환 차액 85만원을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현금으로 보전해줬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샤넬 가방은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김 여사 선물 명목으로 전달했다고 추정되는 것. 이를 김 여사 수행 비서가 교환했고, 차액을 전씨가 보전해주는 등 샤넬 가방이 둘러싼 연결 고리를 검찰이 포착한 셈이다.
검찰은 앞서 샤넬코리아를 압수수색하면서 확보한 결제 기록과 유씨 진술을 맞춰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가 언급한 교환 시점은 2022년 4월로 추정된다. 당시 전씨가 윤 전 본부장 측이 제공한 샤넬 가방을 유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가 차액을 보전해줬다는 진술은 샤넬 가방 교환이 김 여사가 아닌 전씨 ‘심부름이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전씨도 교환한 가방을 모두 잃어버렸다는 입장이나 검찰은 유씨·전씨가 김 여사와의 관련성을 부인하기 위한 말 맞추기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이 두 사람의 재소환과 함께 대질신문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알려진 이유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재수사 중인 서울고검도 유죄 판결이 확정된 주가조작 공범 이모씨를 소환 조사했다고 알려졌다. 이씨는 앞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주가를 조작하는 등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인물이다. 서울고검이 김 여사에 대한 유죄 판결 이후 이씨를 불러 조사하는 건 처음이다. 서울고검이 최근 서울남부지검이 전씨 관련 의혹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김 여사 휴대전화를 대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권 전 회장 등 소환 조사도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검찰이 이들 의혹 수사에 고삐를 당기고 있으나 실제 김 여사를 소환 조사하는 등 강제 수사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검찰은 샤넬 가방에 대해 추적하고 있으나, 여전히 실물 확인은 물론 실제 김 여사에게 전달됐는지 여부를 확인치 못했다. 김 여사에게 건네졌다는 고가 목걸이와 전씨 자택에서 확보한 돈뭉치 출처도 수사해야 한다. 샤넬 가방 등이 오가는 사이 연루된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필요한 만큼 전씨 등에 대한 신병 확보를 검찰이 우선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법조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와 관련한 김 여사 소환 조사도 권 전 회장 등을 우선 불러 조사한 뒤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검찰 사정에 밝은 한 법조계 관계자는 “6·3 대선이 초읽기에 돌입한 상황이라 검찰은 무리하게 김 여사에 대한 소환 조사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김 여사를 불러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강제 수사에 돌입할 수 있는 만큼 증거, 증언 확보에 우선 나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씨는 물론 윤 전 본부장, 유씨 등에 대한 신병 확보가 우선으로, 김 여사 소환조사 등 강제 조사는 다음 수순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이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수사의 경우도 유죄가 확정된 이들은 물론 주변 인물부터 조사하고 김 여사에 대한 소환 카드를 꺼낼 수 있다”며 “한 차례 이상 불러 조사하기 쉽지 않은 만큼 증거나 증언을 우선 확보한 후 내달 중순 이후 김 여사에 대한 소환 조사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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