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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지속가능성의 위기

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이사장





지난 10년간 국제사회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 중 하나가 ‘지속가능’일 것이다. 이제는 익숙한 용어가 됐지만 잘 생각해 보면 무서운 함의를 갖고 있다. 지속가능하지 않으면 그냥 이대로 살아간다는 게 아니고 인류 전체가 몰락한다는 뜻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지속가능 발전의 정의로는 1987년 유엔(UN) 보고서 ‘우리 공동의 미래’에 나온 ‘미래 세대가 필요를 충족할 능력을 남겨두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이 적용된다. 그렇지 않으면 미래 세대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국제사회는 2015년 두 개의 중요한 합의를 채택했다.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파리기후변화협약이다. 너무 늦어지기 전에 취한 현명한 선택이었지만 문제는 합의의 이행이 순조롭지 않다는 것이다. SDGs는 2030년 시한까지 이제 5년을 남겨 놓고 있는데 최근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목표의 17%만이 이행되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된 데는 크게 두 가지 정도의 설명이 가능하다. 우선 17개의 목표 자체가 너무 야심적이다. 필자는 SDGs 합의 당시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의장 자격으로 참여했는데 협상 과정에서 목표들을 크고 높게 잡을 것인지 아니면 현실적으로 잡을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야심적 목표를 주장한 국가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졌다. 예를 들어 SDGs의 첫 번째 목표는 ‘모든 곳에서 모든 형태의 빈곤을 종식시킨다’로 돼 있다. 2030년까지 모든 형태의 빈곤을 종식시키는 것은 누가 생각해도 실현될 수 없는 목표지만 협상 당시 목표는 가급적 높게 설정하고 거기에 다가가는 노력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보다 더 적실성이 있는 설명은 코로나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지난 5년간 선진국들의 예산이 SDGs 달성에 제대로 사용되지 못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전 세계 193개 유엔 회원국 중에 개발 재원을 제공할 능력이 있는 국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심으로 40개 정도에 불과하다. 이들이 팬데믹 대응이나 전쟁 지원에 예산을 사용하게 되면서 지속가능 발전 목표 달성을 위한 개발·투자 재원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의 이행도 순조롭지 않다. 파리협약은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모든 국가들의 자발적 공약을 모아놓은 것인데 공약 자체가 기후변화를 막기에 충분하지 않고 이행하지 못하는 국가가 많다.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도 지구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로 막는다는 목표를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커지고 있다. 기후변화의 재앙을 막지 못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될 수밖에 없다.

세계적 규모의 위기에 맞서 국가들은 평소의 갈등과 문제를 일단 덮어놓고 인류 전체를 위해 협력해야 하지만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그 반대인 것 같다. 특히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선진국들이 경제적 불황과 정치적 양극화 속에 자기들 눈앞의 당면 과제와 이익 확보에만 집중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를 생각하면 인류의 미래보다 중요한 과제가 있을 수 없으며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에 우선순위가 주어져야 한다. 전 세계가 1일 생활권이 된 세계화 시대에 인류 전체가 공동운명체라는 인식이 모든 판단과 행동의 기준이 돼야 한다. 지속가능성은 선택의 대상이 아닌 필수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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