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탈당으로 ‘윤석열 리스크’라는 족쇄를 일단 끊어낸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지층 재결집을 꾀하며 막판 추격전에 착수했다. 김 후보는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겨냥해 “포퓰리즘으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각을 세우며 규제혁신처 신설과 전문직 주52시간제 예외를 핵심으로 한 경제 공약을 발표했다. 또 이 후보가 개헌안 구상을 발표하자 차기 대통령 임기 단축을 포함한 개헌 공약을 승부수로 띄우며 “즉각 개헌 협약을 체결하자”고 응수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달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오늘 국민의힘을 떠난다”며 “대선 승리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록 당을 떠나지만 자유와 주권 수호를 위해 백의종군할 것”이라며 “당의 무궁한 발전과 대선 승리를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선에 대해 “전체주의 독재를 막고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규정한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김문수에게 힘을 모아달라. 반드시 투표에 참여해달라”고 호소했다. 윤 전 대통령의 40년 지기이자 법률 대리인인 석동현 변호사도 국민의힘 선대위 시민사회특별위원장직에서 사퇴했다.
윤 전 대통령의 거취 문제가 일단락됨에 따라 선거운동 기간 내내 김 후보의 발목을 잡던 ‘윤석열 리스크’도 일정 부분 털어냈다는 평가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이 김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면서 우려됐던 강성 지지층의 동반 이탈 없이 보수층 재결집의 발판이 마련됐다는 설명이다.
한편으로는 윤 전 대통령 자진 탈당을 요구하는 당내 쇄신의 목소리가 결과적으로 관철됐다는 점에서 그간 어려움을 겪던 중도층 외연 확장에도 최소한의 물꼬가 트일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김 후보는 윤 전 대통령 탈당 소식을 접하고 “그 뜻을 잘 받아들여서 당이 더 단합하고 더 혁신해서 국민의 뜻에 맞는 그런 당으로, 선거운동으로, 그런 대통령이 되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막판 추격의 계기를 마련한 김 후보는 1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경제 공약을 직접 발표하며 국면 전환에 나섰다. 김 후보는 특히 이 후보를 겨냥해 “국민 세금을 퍼붓고 국가 채무를 확 늘리는 포퓰리즘 정책으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며 “'경제 대통령' 김문수가 대한민국 경제의 족쇄를 푸는 ‘경제 판갈이’를 확실히 해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 판갈이의 핵심으로 ‘규제 개혁’을 제시한 김 후보는 구체적으로 규제혁신처 신설과 자유경제혁신기본법(가칭) 제정을 공약했다. 각 부처에 산재해 있는 규제 개혁 기능과 규제 샌드박스 추진 체계 등을 규제혁신처로 통합해 업무 효율성과 추진력을 더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고용노동부 장관 출신이기도 한 김 후보는 근로시간 개편을 담은 노동 개혁도 약속했다. 고소득 전문직 근로자의 주52시간제 예외(화이트칼라 이그젬션)를 비롯해 유연근무 요건 완화, 탄력·선택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6개월 이상) 등이 포함됐다. 이 밖에 △지방자치단체 규제 특례 권한 강화 ‘메가프리존’ 도입 △원전 산업 생태계 복원 및 활성화 △대한민국 미래 기술 ‘3+1(AI·바이오·양자+우주)위원회’ 설치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김 후보는 이날 이 후보가 대통령 4년 연임제 등을 담은 개헌 공약을 발표하자 즉각 대통령 3년 임기 단축을 포함한 자신의 개헌 구상 처음 내놓으며 “즉각적인 개헌 협약을 체결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먼저 2028년 4월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일치시키기 위해 “이번 대선에서 당선되는 대통령의 임기를 3년으로 단축시키자”고 밝혔다. 또 대통령 4년 중임제를 비롯해 △대통령 불소추특권 폐지 △대법관 및 헌법재판관 추천위원회 법정기구화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및 면책특권 폐지 △국민입법제 및 국민소환제 도입 등을 공약했다. 김 후보는 “이 후보가 개헌과 관련해 수차례 말 바꾸기를 일삼아왔으니 국민 앞에 아예 문서로 확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이 후보의 빠른 화답을 요구한다”고 압박했다.
한편 김 후보는 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인 이날 기념식에 불참한 대신 전날 광주를 찾아 국립5·18민주묘지에 참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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