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은 기념일이 유독 많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에 이어 이번 주 성년의 날과 부부의 날까지 각종 기념일이 한 달 내내 이어진다. 이 같은 기념일 풍경 속에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카네이션, 장미 등 기념일에 흔히들 주고받는 꽃은 수신자나 공간을 화려하고 더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이 시기에는 꽃을 수놓는 플로리스트(Florist)들도 덩달아 바빠진다. ‘꽃(flower)’과 ‘예술가(artist)’의 합성어인 플로리스트는 단순한 꽃 손질을 넘어 공간을 디자인하고 각종 꽃 관련 디자인을 창작하는 직업이다. 아름다운 결과물과 달리 이들의 작업 환경은 결코 녹록지 않다. 새벽 시장에서 무거운 화분과 꽃을 실어 나르는 일은 기본이고, 봄철과 기념일이 몰리는 성수기에는 작업량이 급증해 주말도 없이 불철주야 일하기 일쑤다. 특히 원예용 가위를 하루 종일 쥔 채 꽃을 다듬는 일은 손목 등에 큰 부담을 준다.
실제 플로리스트들의 인터뷰 기사를 찾아보면 손목 통증을 직업병으로 거론하는 이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손목터널증후군’은 플로리스트들이 가장 조심해야 할 질환 중 하나로 꼽힌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아래팔과 손을 잇는 손바닥에 위치한 터널인 ‘수근관(手根管)’이 좁아지거나 내부 압력이 높아져 이곳을 지나는 정중신경이 눌리는 상태다. 헤어디자이너, 요리사, 악기 연주자 등 손목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직업군에서 자주 발생한다. 최근에는 일반 사무직군에서도 흔치 않게 증상이 나타나는 추세다.
초기에는 가벼운 저림이나 약한 통증으로 시작되지만 이를 방치하면 신경 손상이 악화돼 손의 감각 저하 및 통증, 기능 저하 등 일상생활에 상당한 지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손목 통증 및 손바닥, 손가락의 저림 증상이 나타났다면 조기에 치료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손목터널증후군의 치료법은 다양한데 한의학에서는 침과 약침 치료를 중심으로 증상을 완화한다. 침 치료는 수근관 주변의 혈류를 개선하고 경직된 근육을 이완시켜 통증을 줄여준다. 약침 치료는 한약재의 유효 성분을 경혈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강력한 소염 작용으로 염증과 통증을 빠르게 완화하고 손상된 신경 회복을 촉진할 수 있다.
손목터널증후군에 대한 약침 치료의 효과는 여러 연구를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대한약침학회학회지에 실린 손목터널증후군 환자의 증례보고에 따르면 통증과 저림 증상 때문에 잠을 못 이룰 정도의 자각 증상은 평균 1.7회의 약침 시술로 개선됐다. 해당 연구에 참여한 모든 환자들은 10회 치료 만에 증상 호전을 보였다. 또한 신경전도율 개선과 손상된 신경의 회복도 확인됐다.
꽃으로 감동을 전하는 플로리스트는 고된 작업 환경에서 장시간 일하는 탓에 손목 질환에 매우 취약하다. 손목 통증을 당연한 직업병으로 여기기 보다는 적절한 휴식과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손 건강을 지키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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