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캠페인 기간에 중동의 ‘끝없는’ 전쟁을 중단하겠다고 자주 언급했다. 그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놀라운 행보를 보였다. 바로 46년간 이어진 미국과 이란의 갈등을 종식시킬 수도 있다는 암시였다. 트럼프는 이란에 대한 논의에서 미국에는 ‘영구적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자신의 정책을 포함한 여러 정책을 수정해온 지난 몇 주의 놀라운 행보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트럼프의 수정주의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손을 떼면서 시작됐다. 그는 중국에 부과했던 145% 관세를 30%로 줄였다.
트럼프는 여전히 파괴자이자 협상가다. 세계 갈등을 종식시키고 미국 경제를 부양하려는 큰 야망을 품고 있다. 그는 대학, 로펌, 의학 연구소, 정부 기관 그리고 보복 대상 명단에 오른 모든 사람들을 혹독하게 공격했던 국내 정책들에서처럼 파괴자일 수도 있다. 반면 해외에서는 금융시장의 제약, 중국을 비롯한 주요 무역국들의 저항, 불확실한 전쟁에 돈을 낭비하는 위험, 피할 수 없는 세계경제의 상호의존성을 인지한 듯하다.
트럼프는 두 번째 임기 첫 해외 순방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에 도착했을 때 거의 모든 위기에 직접 개입하고 필요할 때는 계획을 수정했다. 현재 그의 접근 방식은 경찰이라기보다는 문제 해결사다. 그는 대부분의 대통령보다 일찍 미국 군사력의 한계와 고집 센 동맹국의 위험성을 깨달았다.
“나는 매우 느슨하게 행동한다. 서류 가방도 갖고 다니지 않고, 회의 일정을 너무 많이 잡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문을 활짝 열어둔다. 너무 체계적이면 상상력 발휘나 진취적인 사고를 할 수 없다. 나는 매일 출근해서 상황을 지켜보는 것을 선호한다.” 트럼프는 자신의 저서 ‘거래의 기술’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말은 오늘날 그의 즉흥적인 외교정책 스타일을 잘 보여준다.
트럼프의 협상 의지는 끝이 없어 보인다. 최근 몇 주 동안 그의 행정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하마스, 예멘의 후티 반군, 인도와 파키스탄, 르완다, 콩고민주공화국과의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왔다.
트럼프의 중동 외교는 몇 가지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하마스와 협상해 이스라엘계 미국인 인질 에단 알렉산더를 석방시켰다. 이달 예멘 후티 반군과는 기습 휴전을 선언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도착해서는 시리아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해제하고 한때 알카에다 연계 세력을 이끌었던 아흐마드 알샤라 대통령을 만났다.
트럼프의 정책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해 최근 세 가지 사례를 살펴볼 가치가 있다. 첫 번째 시험대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이었다. 트럼프는 높은 관세장벽에 거의 집착하는 듯한 신념을 갖고 있었고, 관세 수입으로 감세 재원을 마련하려는 비현실적인 계획을 세웠다. 세계 금융시장과 심지어 공화당 의원들의 반응을 고려했을 때 관세 인하는 실용적인 측면에서 타당했다. 트럼프가 중국의 막대한 무역흑자를 줄이는 ‘재균형’을 원했던 것은 틀리지 않았지만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중 협상 이후 발표된 ‘협의 메커니즘’은 실질보다는 겉치레에 불과해 보인다. 중국이 이 협상에서 승자였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면 두 가지 합의 후 성명을 비교해 보면 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괴롭힘과 폭정은 자기 고립으로 이어질 뿐”이라고 거의 자랑할 뻔했다.
두 번째로 흥미로운 현실 확인은 홍해에서 선박을 공격해온 예멘 후티 반군에 대한 트럼프의 강경 대응이었다. 3월 15일 트럼프는 평소처럼 허풍스러운 어조로 경고문을 게시했다. “모든 후티 테러리스트들에게. 너희들의 시간은 끝났다. 오늘부터 공격을 멈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옥이 너희에게 쏟아질 것이다.” 하지만 지옥은 한 달밖에 지속되지 않았다. 트럼프는 이달 5일 승리를 선언하고 이스라엘이 여전히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고 있음에도 예멘 작전을 중단했다.
트럼프의 마지막 놀라운 국제적 개입은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잠재적 핵전쟁을 막기 위한 외교적 개입이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근본적으로 우리가 관여할 일이 아닌 전쟁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입장을 바꿨다. 최근 인도와 파키스탄은 긴장 고조의 수위를 빠르게 높였다. 인도는 파키스탄 핵 시설 인근을 공격했고 파키스탄은 핵전쟁협의회를 소집했다. 밴스는 아내와 자녀들과 함께 인도를 방문한 직후 개입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파키스탄에서 고위 관리들과 협력한 결과 미국이 중재한 휴전이 성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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