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통령 선거 역사에 기록될 낯 뜨거운 당권 투쟁. 지난 한 주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국민의힘 집안싸움을 지켜본 국민들은 이렇게 평가했다. 하루가 다르게 격화하는 이들의 내홍은 모든 정치 현안을 집어삼켰다. 다른 후보들의 선거 캠프에서는 ‘뭘 해도 지금은 이슈가 묻힌다’며 볼멘소리가 나왔다.
매 순간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모두의 관심사는 ‘누가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될 것인가’에 쏠렸다. 정치권뿐 아니라 언론에서도 선거법과 당헌·당규를 뜯어보며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따져보는 데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러던 중 한 초선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하는가. 정당성 없는 싸움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모두가 결과에 혈안이 돼 있을 때 그는 정치적 정당성이 배제된 채 흘러가는 선거판에 진심 어린 우려를 드러냈다.
모든 정치 행위는 정당성이 요구된다. 대선에 나서는 후보라면 ‘내가 왜 대통령이 돼야 하는가’, 정당은 ‘후보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선출했는가’라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어려운 결정을 내릴 때 손쉽게 쓸 수 있는 ‘국민,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도 항상 통하는 것은 아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단일화가 당원들의 뜻이라는 점을 내세워 김문수 후보에게 “알량한 후보 자리”에 연연한다며 비난을 퍼부었지만 결국 단일화에 제동을 건 주체는 당원이었기 때문이다. 국정 혼란 수습 방안과 더 나은 미래상에 대한 논의 없이 그저 ‘이재명은 안 된다’는 구호도 더 이상 설득력 없기는 마찬가지다. 정당성을 되찾아야 한다는 이 초선 의원의 안타까운 목소리만 허공에 겉돌 뿐이다.
이번 조기 대선은 12·3 계엄 선포로 촉발된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 치러지는 선거다. 위중한 상황일수록 후보들은 ‘내가 대통령이 돼 무엇을 할 건인지’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후보를 배출한 정당 역시 국민들을 이해시킬 의무가 있다.
12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지금까지는 미처 준비가 부족해 우왕좌왕한 것이라 해도 이제부터는 달라야 한다. 남은 3주는 각 후보들이 대선에 임하는 정당성이 증명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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