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보드가 요동치곤 하는 ‘무빙 데이’같은 최종 라운드였다. 2위 그룹에 5타 앞선 넉넉한 타수를 안고 최종일 경기에 나선 선두 이예원(22·메디힐)이라 무난한 해피엔딩이 예상됐다. 그런데 막상 뚜껑이 열리자 1타 차, 그리고 동타까지 갔다. 무섭게 쫓아오는 경쟁자들의 추격에 우승을 거의 내주는 듯 했다. 하지만 이예원은 무너지지 않고 생애 첫 ‘타이틀 방어’라는 기록을 자신의 경력에 추가했다.
이예원은 11일 경기 용인의 수원CC 뉴코스(파72)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10억 원) 최종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3개로 3언더파 69타를 쳤다. 합계 14언더파 202타를 적어낸 그는 지난주 메이저 대회 KLPGA 챔피언십 우승자인 2위(12언더파) 홍정민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했다. 첫날부터 최종일까지 선두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달 국내 개막전인 두산 위브 챔피언십에 이은 시즌 2승째이자 KLPGA 투어 통산 8승째다. 2025시즌 KLPGA 투어의 첫 ‘다승자’ 타이틀도 얻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이예원은 대상 포인트 1위(221점)로 올라섰고 우승 상금 1억 8000만 원을 추가해 상금 랭킹에서도 선두(5억 296만 원)가 됐다. 또 데뷔 해인 2022년 5위를 시작으로 2023년 공동 3위, 지난해와 올해 우승으로 이 대회가 열리는 수원CC 뉴코스에서 초강세를 이어갔다. 이예원은 올해까지 4년 간 매 라운드 언더파 스코어 기록을 이어갔다.
6개 대회에서 벌써 2승. 2022년 신인상, 2023년 상금왕·대상·최소타수상으로 3관왕에 올랐던 이예원은 지난해는 공동 다승왕(3승)에 올랐다. 시즌 전 목표로 “4승 이상으로 단독 다승왕”을 얘기했는데 지금까지는 쾌속 순항이다.
이날 싱겁게 끝날 것 같던 대회를 알 수 없는 승부로 끌고 간 것은 김민별이었다. 이예원이 5번 홀(파3)까지 파 행진을 이어가며 다소 답답한 경기를 펼치던 사이 앞 조에서 플레이한 김민별이 1번 홀(파4)부터 6연속 버디를 낚으며 공동 선두까지 치고 올라온 것이다. 김민별은 이날 3번(파3), 5번 홀(파3)에서 5m, 6번 홀(파4)에서 8m가 넘는 버디 퍼트를 넣는 등 중장거리 퍼트감이 절정이었다.
그러나 이예원이 6번 홀에서 두 번째 샷을 핀 약 3m에 붙여 이날 첫 버디를 잡아내며 단독 선두 자리를 되찾았다. 이후에도 김민별을 포함해 15번 홀(파4)까지 8타를 줄인 문정민 등과 선두 자리를 공유했고 홍정민도 8타를 줄이며 이예원을 압박했다.
이 코스 최강자 이예원은 차분했다. 15번 홀 6.5m 버디 퍼트 성공으로 한숨을 돌렸고 18번 홀(파4) 4.5m 버디로 타이틀 방어를 자축했다.
경기 후 이예원은 “정말 뜻 깊은 우승이다. 타이틀 방어에 꼭 한 번 성공하고 싶었는데 와이어 투 와이어로 멋지게 마무리할 수 있어 행복하다”면서 “사실 10번 홀 티샷 때 리더보드를 봤는데 1타 차라 당황했지만 끝까지 집중력 잃지 않고 제 플레이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이어 “작년에도 이 대회까지 시즌 2승을 올린 뒤 하반기에 우승이 안 나오면서 아쉽게 끝났다. 올 시즌은 4승에서 5승 올리고 마무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7타를 줄인 문정민과 6언더파를 친 김민별은 공동 3위(11언더파)에 만족했다. 1라운드 공동 6위였던 방신실은 손목 통증으로 2라운드 도중 기권했다. 검진 결과는 단순 건초염. 방신실은 대상 포인트 2위, 상금 3위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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