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 정책으로 인해 연내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실업률이 오르는 동시에 성장이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같은 흐름이 펼쳐질 경우 연준이 어떤 문제에 우선 대응할 지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바 이사는 9일(현지 시간) 아이슬란드 중앙은행이 개최한 행사에서 “최근 관세 인상의 규모와 범위는 현대에 유례가 없으며, 최종 형태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고, 그 영향이 경제에 어떻게 작용할지도 알기에는 아직 이르다”면서도 “내 생각에 높은 관세는 글로벌 공급망에 충격(disruption)을 일으키고, 인플레이션에 지속적인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 이사는 일종의 악순환을 경고했다. 산업계에서 공급망을 재조정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이 과정에서 소규모 업체는 빠르게 적응하지 못해 도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그는 경고했다. 이같은 기업들의 도산은 다시 공급망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바 이사는 이와 함께 고용시장 충격도 짚었다. 그는 “경제가 둔화되면 관세의 여파가 실업률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며 “따라서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이 동시에 오를 경우 연준은 매우 어려운 정책 선택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 이사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 7일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 내용과 같은 맥락이다. 파월 의장은 당시 “발표된 대규모 관세 인상이 유지된다면 인플레이션 상승과 경제성장 둔화, 실업률 증가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바 이사도 연준이 한 동안 금리를 유지한 채 상황을 보는 관망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현재 통화정책은 앞으로의 상황 전개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연준의 금융감독 부문 부의장이었던 바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전인 1월 감독 부문 부의장 자리에서 사임의사를 밝힌 바 있다. 금융 규제 완화를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공개적인 충돌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 이사 미셸 보우먼을 새로운 감독 부의장 후보로 지명한 상태다.
바 이사는 부 의장 사임 이후에도 연준 이사직은 유지하고 있다. 바 이사가 통화정책에 대해 연설한 것은 1년 여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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