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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얘길 왜 꺼내” 부끄럽다고 숨기다간…병 키울수도 [건강 팁]

■ 김현건 순천향대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장은 ‘제2의 뇌(Second Brain)’…배변이 건강상태 반영

기상 후 30분 이내 화장실 가는 등 규칙적인 습관 지켜야

장민감성 있으면 포드맵 식품 소량 섭취해도 유해균 키워

정기적인 대장암 선별검사 필수…일상 속 배변 상태 살펴야

이미지투데이




“요즘 배변은 어떠세요?”

진료실에서 이런 질문을 던졌을 때 처음 내원한 환자들은 멋쩍게 웃거나 화제를 얼버무리기 일쑤다. 흥미로운 사실은 배변이 건강한 사람은 대변 이야기를 숨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속이 시원하다”며 밝게 웃는다. 대변은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가장 정직한 건강 신호다. 배에 가스가 차는 것은 물론 변이 지나치게 묽거나 혹은 딱딱해서 힘을 줘야만 나온다면 우리 몸 어딘가에 균형이 깨졌다는 신호일 수 있다. 단순한 배출이 아니라 전신 건강, 특히 장의 상태를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인 셈이다.



장(腸)은 ‘제2의 뇌(Second Brain)’라고 불릴 정도로 우리 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장에는 1억 개 이상의 신경세포가 모여 있어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나 면역 반응, 심지어 성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설사를 하거나 긴장하면 배가 아픈 것도 장이 그토록 예민한 기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건강한 배변은 어떤 모습일까. 대변의 색깔은 황갈색에서 적갈색 사이로, 바나나처럼 길고 매끈한 형태가 이상적이다. 냄새가 있더라도 심하게 악취가 나지 않고, 하루 한두 번 혹은 이틀에 한 번 정도 규칙적으로 시원하게 배출돼야 한다.

건강한 배변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 섬유질은 장의 청소부 역할을 하며 장운동을 자극하고 배변을 부드럽게 만든다. 고구마, 사과, 양배추 같은 식품은 ‘자연의 브러시’라 불릴 정도로 장 건강에 유익하다. 여기에 하루 1.5~2리터의 수분을 꾸준히 섭취하면 변의 수분 함량이 유지돼 무리한 힘을 들이지 않고도 배변할 수 있다. 배변은 생체리듬과 밀접하게 연관되므로 규칙적인 생활리듬과 운동 습관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기상 후 30분 이내 화장실을 가는 습관은 장에 리듬감을 부여한다. 업무상 앉은 자세로 오래 있다면 의식적으로 몸을 움직이고 계단을 오르거나 걷기, 복부 자극 운동 등을 통해 장을 자극하는 것이 좋다. 하루 30분의 가벼운 산책만으로도 장운동은 크게 활발해질 수 있다. 화장실에서는 무리하게 힘을 주기보다 무릎을 올려주는 스쿼트 자세가 배변에 도움이 된다. “마음이 편해야 장도 편하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장은 스트레스에 매우 민감한 기관이기 때문에 과도한 스트레스나 수면 부족은 장내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깨뜨려 변비, 과민성 대장증후군 등을 유발할 수 있다. 현대인의 일상에는 장 건강을 해치는 습관들이 숨어있다. 예를 들어 지속적인 음주는 장 점막을 자극하고 장내 유익균을 감소시킨다. 기름진 음식이나 인스턴트 식품은 장운동을 둔화시키고 변비와 설사를 반복하게 만든다. 항생제의 남용도 매우 심각한 문제다. 항생제는 감염균과 함께 유익균도 제거하므로 남용 시 장내 미생물 균형을 깨뜨리고 복부 팽만, 변비, 설사 등을 유발할 수 있다. 항생제로 유익균이 사라진 틈을 타 ‘클로스트리디오이데스 디피실(Clostridioides difficile)’이라는 균이 과도하게 증식하면 독소 분비와 심한 설사, 복통, 발열 등을 유발하고 심한 경우 입원이 필요한 대장염으로 진행될 수 있다. 세팔로스포린계 또는 플루오로퀴놀론계, 클린다마이신 등의 항생제 사용과 관련이 높고 국내에서도 65세 이상 고령자나 입원 환자에서 감염 사례가 흔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포드맵(FODMAP·Fermentable Oligosaccharides, Disaccharides, Monosaccharides, And Polyols) 식품의 과잉 섭취도 피해야 한다. 포드맵은 장내 세균을 빠르게 발효시켜 가스를 만들고 장내 수분을 끌어들여 배변을 자극하는 단당류 및 당 알코올 등의 발효성 탄수화물이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장이 과민하다면 과자, 음료, 시리얼, 가공식품 등에 들어 있는 과당·포도당·유당 등이 유해균의 성장과 발효를 촉진해 장내 가스를 증가시키고 복부팽만과 과도한 가스 만들거나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 실제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의 1차 생활 치료는 FODMAP 식이의 제한이다. 물론 모든 포드맵 식품이 해로운 것은 절대 아니며 장민감성이 있는 사람에 한해 일시적인 제한이나 개인별 맞춤 조절이 필요하다. 반대로 유산균은 장내 유익균을 직접 보충하고, 프리바이오틱스는 유익균의 먹이가 되어 장내 환경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김치, 청국장, 된장 같은 전통 발효식품에는 유산균 뿐 아니라 효소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장 점막 회복과 면역 기능 증진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졌다.

장 건강은 소리 없이 조금씩 망가진다. 그 징후는 대개 배변에서 먼저 나타난다. 가벼운 변비가 반복되면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이어지고, 그 스트레스는 다시 장 기능을 악화시킨다. 반대로 만성 설사는 염증성 장질환이나 흡수장애의 신호일 수 있다. 그럼에도 장 건강이 노력을 통해 회복 가능하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식단과 생활습관만 잘 조절해도 대부분의 장 증상은 좋아질 수 있다. 무엇보다 분변잠혈검사, 대장내시경 등 정기적인 대장암 선별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대장암은 샘종성 용종에서 시작되며, 내시경을 통해 미리 발견하고 제거할 수 있다. 결국 건강한 배변은 우리 삶의 기초 체력이다. 그날 하루가 가벼운지 무거운지, 마음이 맑은지 혼탁한지, 면역력과 피부 건강까지도 장에서 출발한다.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면서 식사를 정돈하고 마음을 편안히 가지면서 장과 친해지도록 노력하자.

김현건 순천향대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사진 제공=순천향대서울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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