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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평등'을 포기 않고도 문명발전 이뤄냈다

■모든 것의 새벽 (데이비드 그레이버·데이비드 웬그로 지음, 김영사 펴냄)





선사시대 수렵채집인들은 자유롭고 평등한 미개인이었지만 이후 농업 혁명으로 문명이 생기고 국가와 관료제가 나타나면서 불평등이 시작됐다는 것이 서구 사회의 오랜 문명론 통념이다. 이는 현재의 불평등을 문명 발전의 필연적인 결과라고 주장하는 동시에 이를 합리화하는 논리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정말 그럴까. 신간 ‘모든 것의 새벽-다시 쓰는 인류 역사(원제 The dawn of everything)’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인류가 수렵채집인 생활을 할 때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때로는 고정된 것이 아닌 유동적인 삶을 살아왔다고 지적하면서 방대한 근거를 제공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고대가 근대로 단선적인 발전을 이루었다면 사람들은 어쨌든 발전적인 근대를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저자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16세기 신대륙 아메리카에서 원주민(책은 ‘선주민’으로 표현)을 처음 만난 유럽인은 원주민 사회의 평등과 자유로움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

이를 테면 실종 등을 통해 원주민 사회에서 자라게 된 유럽 아이들은 성장해서도 유럽에 돌아가지 않고 원주민 사회에 남았다. 반대로 유럽에 들어간 원주민들은 성인이 된 뒤에도 자신의 사회로 돌아가려고 했다. 근대라는 유럽 사회가 선사시대에 머문 아메리카 원주민 사회에 비교 우위를 갖지 못한 것이다.



아메리카 원주민 사회와의 문화 충돌을 겪고 난 뒤 장 자크 루소의 ‘인간 불평등 기원론’ 같은 현실 비판적 책들이 잇따라 나온 것은 인상적이다. 루소는 과거에는 평등했는데 지금은 불평등하다며 사회 개조를 주장했다. 반대로 자본주의 기득권 층은 이를 뒤집어서 평등한 미개 사회가 불평등하지만 문명화된 사회로 나아갔다는 단선적 불가피론을 제기하며 근대를 합리화했다.

저자는 자세한 사례 분석을 통해 선사시대도 다양한 유형이 있었다며 단선적인 근대·현대관에 반기를 든다. 이를 테면 ‘대규모 사회가 반드시 지배와 위계를 수반하는 것은 아니다’, ‘사유 재산의 기원은 축적보다는 신성 개념이다’, ‘농업은 혁명적 사건이 아니고 3000년에 걸쳐 이루어진 변화 과정이었다’ 등이다. 민주주의와 자유·평등의 이념이 16세기 아메리카 원주민 사상에서 발원했다는 지적도 있다.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자유’다. 저자들은 과거 우리의 선조들이 자유와 자유의 직접적인 결과인 평등을 포기하지 않고도 다양한 문명을 실현해왔고 이를 실제 역사에 흔적으로 남겼다고 주장한다. 더 나은 사회로의 발전 가능성이 있음에도 지금과 같은 불평등 사회가 된 것은 우연한 결과라는 것이다.

저자가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나 ‘총, 균, 쇠’의 재레드 다이아몬드도 기존의 ‘사회 진화’ 도식에 안주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것도 흥미롭다. 4만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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