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법관대표회의가 26일 임시회의를 열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판결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논의한다. 이 자리에서 대법원이 이 후보 사건을 유죄 취지로 신속하게 판결한 것이 정치적 중립을 어긴 것인지, 민주당의 사법부 공격이 삼권분립을 침해한 것인지 등을 다룰 예정이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9일 전체 대표 126명 중 5분의 1 이상이 요청함에 따라 임시회의를 26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사법연수원 제13강의실에서 개최한다고 공고했다. 회의는 현장 참석과 온라인 참여를 병행해 진행된다. 의장은 김예영(사법연수원 30기)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가 맡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대법원의 이례적으로 빠른 상고심 판결 절차에 대한 입장 표명을 비롯해 정치권의 사법부 비판과 압박에 대한 대응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법관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사퇴 등 입장 정리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또 다른 법관 대표들은 민주당이 판결 직후 대법원장을 겨냥해 탄핵 추진과 특별검사 도입을 언급한 점을 문제 삼았다. 정치권의 대응이 사법부를 압박하고 독립성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우려에서다. 이들은 해당 사안을 별도 안건으로 다뤄야 하며 대표회의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 안건은 의장 또는 법관대표가 제안할 수 있으며 회의 7일 전인 5월 19일까지는 4인 이상의 동의로 사전 상정이 가능하다. 회의 당일에도 제안자가 다른 구성원 9인의 동의를 얻으면 현장에서 추가 안건 상정이 가능하다. 모든 안건은 출석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되며 대법원에 대한 유감 표명 등 정치적 의미를 담은 사안은 충분한 정족수를 확보하지 못하면 무산될 수 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각급 법원에서 선출된 판사들이 참여해 사법행정 및 법관 독립과 관련한 의견을 모으고 건의하는 공식 회의체다. 2018년 대법원 규칙 개정으로 제도화됐으며 사법부 신뢰를 둘러싼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임시 회의를 통해 입장을 내왔다. 올해 1월에는 서울서부지법 폭력 시위 이후 회의를 열어 “재판을 이유로 법원을 집단적·폭력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헌법 질서를 훼손하는 행위로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성명을 채택한 바 있다. 이번 임시회에서도 사법부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집단적 입장 표명이 나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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