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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민 국방장관’ 가능할까…역대 장관 50명 중 ‘육사 출신’ 52% 차지[이현호의 밀리터리!톡]

제3공화국 이후 민간인 출신 장관 없어

육사(52%), 민간(10%), 군영(10%)

해·공사(6%), 日육사(6%), 갑종(4%)

美 제대 7년 안되면 상·하원 동의 필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4년 9월 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김용현 국방부 신임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대통령실




헌법 제87조 4항은 군인은 현역을 면한 후가 아니면 국무위원으로 임명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국방부 장관이 군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이들을 통제할 수 있게 만들어 둔 최소한의 장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961년 5·16 군사쿠데타 이후 국방부 장관에 예외 없이 예비역 장성이 임명됐다. 현역 군인은 국무위원인 국방부 장관을 맡을 수 없지만, 전역하고 예비역이 되면 가능하다. 이 때문에 합참의장이나 각 군 참모총장으로 근무하다 오전에 전역하고 오후에 곧바로 장관에 취임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군사정권이 끝나고 1987년 헌법 개정 이후 김영삼 정부를 시작으로 ‘문민통제’(Civil control of the military)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20여 년 전인 노무현 정부 때부터 국방부 문민화에 착수해 나름대로 표면적 성과는 거뒀지만 정작 문민 출신 국방부 장관 임명은 분단국가의 안보 특수성상 여전히 시기상조인 모습이다.

실제 역대 국방부 장관을 보면 민간인 출신은 찾기 어렵다. 1963년 제3공화국 이후부터 민간인 출신 장관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범석 초대 국방부 장관부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까지 역대 50명의 국방부 장관 중 민간인 출신은 다섯 차례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현역 장성에서 바로 장관으로 자리를 옮기거나 전역한 지 1년 내외인 경우가 비일비재해 국방부 장관들을 두고 ‘양복 입은 군인’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12·3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첫 문민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민통제는 국가의 군사 및 국방정책에 관한 의사결정권을 직업군인이 아닌 민간(정치)인에게 부여한다는 군사·정치학의 원리다.

자료: 나무위키,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예컨대 국민이 선출한 정치 권력(대통령)과 민간인 관료(국방부 장관)가 안보 정책을 주도하고 안보 전문가 집단인 군은 군사작전으로 이를 뒷받침한다. 국방부 장관은 군의 대표자가 아니라 민간을 대표해 군을 지휘·감독하는 것이다. ‘문민지배’ 또는 ‘문민우위’(Civilian supremacy over the military)라고도 부른다.

문민 출신의 국방부 장관이 다음 정부에서 나오는 것이 가능할까.

쉽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문민 정부의 출발점인 김영삼 전 대통령도 군내 사조직으로 육군사관학교 출신이 모인 ‘하나회’를 척결하고 문민화 상징인 국방부 장관을 민간인을 앉히고자 노력 했지만 결국 50만이 넘는 대군을 안정적으로 지휘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예비역 장성, 그것도 전역과 동시에 곧바로 국방부 수장으로 보내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문민 관료 자리에 군복을 벗고 무늬만 민간인으로 바꿔 곧바로 장관으로 오기에 진정한 문민 통제가 안되고, 군 출신(끼리끼리)간 결속으로 항상 논란과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 역사가 반복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역대 대한민국 국방부 장관 50명의 출신을 자세히 살펴 봤다.

육군사관학교 출신 국방부 장관이 26명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의 52%를 차지하며 육사가 독보적 위상을 자리매김하고 있다. 다음으로 민간인 5명(10%)·육사 전신인 군사영어학교 출신 5명(10%)으로 2위를 차지했다. 이어 해군사관학교 출신 3명(6%)·공군사관학교 출신 3명(6%), 갑종장교 출신 2명(4%)·상선사관 출신 2명(4%), 광복군 출신 1명(2%) 순이었다.



자료: 나무위키,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그렇다면 문민통제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한 방법은 없는 것 일까.

근대사를 보면 군사기술의 발달과 함께 군(軍)이 전문 집단화하면서 전쟁이 일어난 경우가 많다. 1914년 유럽 전역을 공포로 휩싸이게 한 1차 대전은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발발했다. 23년 후 일본군이 일으킨 중일전쟁과 미국 진주만 기습도 비슷했다. 군국주의를 추구하는 군을 정치 지도자들이 제대로 제어하지 못한 결과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끔찍한 전쟁이 일어났다. 1·2차 대전에서 전쟁을 일으킨 국가들은 국민들을 패전의 잿더미로 내몰았다.

전 세계는 1·2차 대전을 겪으면서 폐쇄적이고 권력화된 군이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민주주의국가에서 문민통제(civilian control)가 상식으로 자리 잡은 것은 이때다. 국민이 선출한 정치권력(대통령)과 문민 관료(국방장관)가 안보 정책을 주도·결정하고 안보 전문가 집단인 군은 군사작전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체계다.

문민통제의 성공 사례로는 미국이 꼽힌다. 미국은 문민 국방장관 임명을 법률로 규정했다. 군 출신은 전역 후 7년이 지난 뒤 임명이 가능하다. 이는 장관이 군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국민을 대신해 군을 통제하기 위한 안전장치다. 이런 까닭에 미국은 병사 출신 장관이 존재한다.

이 같은 미국의 관례는 ‘국가안전보장법(National Security Act)’에 근거한다. 국방부 장관은 반드시 민간인이 맡고, 군 출신이 국방부 장관이 되기 위해서는 제대 이후 7년이 지나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 법이 만들어진 것은 1947년이다.

자료: 나무위키,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이는 미국 헌법이 시민이 선출한 대통령에게 국군 최고 통수권한을 부여하고, 군이 아닌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가 전쟁 선포 권한을 갖게 한 것과 같은 원리다. 게다가 민간인을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함으로써 군 내부의 불필요한 인맥형성과 결탁을 차단하게 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역대 국방장관은 기업가나 정치인, 교수 출신 등 민간인이 대다수이다. 현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도 예비역 소령 출신이다.

국내에선 문민 출신 국방부 장관은 남북이 대치한 분단 현실에서 시기상조이거나 비현실적인 주장 같은 취급을 받지만 선진국에선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지난 2020년 12월10일자 미 뉴욕타임스를 보면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50년간 전 세계 민주국가 가운데 군 출신(현역 또는 예비역 군인)을 국방부 장관으로 임용한 나라는 10%에 불과했다.

국방부는 군 부대가 아니라 국민을 대신해서 군대를 통제하는 행정부 기관이다. 적의 전쟁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강력한 ‘전투력 유지’ 임무가 가장 중요하지만, ‘문민 통제’란 두 가지 사명을 추구해야 한다.

12·3 비상계엄을 계기로 문민통제, 즉 선출된 문민 대통령과 군을 연결하는 국방부 장관의 임무와 역할을 다시 부각되고 있다. 차기 정부에서 문민 출신 국방부 장관의 탄생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은 것은 이 같은 이유다. 분명한 건, 군에 대한 문민통제 그 출발은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 임명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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