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8일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향해 “단일화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한국의 미래, 경제와 민생을 걱정하는 분들에 대한 큰 결례이자 못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단일화 데드라인을 사흘 앞두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한 후보가 강도 높게 김 후보를 압박하는 모습이다.
한 후보는 이날 경북 구미시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가 되면 즉각 한 후보와 단일화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국가와 국민을 생각한다면 약속을 지키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후보가 왜곡된 정보를 전했다며 직접 정정하며 불쾌감도 드러냈다. 그는 전날 회동 뒤 “제 나름대로 생각하는 단일화 방안에 대해 말씀드렸다”던 김 후보의 발언을 두고 “아무런 대안도 가지고 오지 않았다. 김 후보와 그 팀이 자꾸 사실이 아닌 것들을 말씀하시는 것 같다”며 “분명하게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를 향해 “한덕수 후보가 왜 대통령 후보로 나왔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는 정말 기본적인 예의도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일갈했다. “전혀 후보 등록할 생각이 없는 분을 누가 끌어냈나”는 김 후보의 공세를 되받아친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겨냥한 공세도 수위를 높였다. 그는 “관세 폭탄에 대비한 통상 문제도 반드시 다음 정부에서 해결해야 하는데 민주당 정치인이 통상에서 손을 떼라고 주장한다”며 “정치적 이유로 협상을 중단하라는 것은 일종의 놀부 심보”라고 비판했다.
한 후보의 이날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선 “독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평생 고위 공직자로 국정을 이끌어온 한 후보는 가시 돋힌 말을 내뱉으며 설전을 벌인 경우가 없었다. 하지만 대선 후보 등록일(5월 11일)을 불과 사흘 앞두고 김 후보에 대한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려 협상력을 키워야 한다는 절박감에 태도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 한 후보 측 관계자는 “국가적 중대사를 다루는 일에 숱한 거짓말이 반복되는 데 대해 한 후보가 매우 답답해 한다”고 토로했다.
한 후보 캠프는 팩트체크 자료를 통해 공세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한 후보 측은 “김 후보가 경선 기간 중 1일 1회 이상 단일화를 약속했다”며 “국민의힘이 한 후보의 일정을 짜준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김 후보의 사실과 다른 말씀에 대단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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