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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쉐린처럼 협력사 '안전 인정' 평가…사고 줄고 수주는 늘었다

■삼성물산 건설안전연구소 설립 3년

골조에서 도장까지 15개 공종

1~3스타 등급 나눠 입찰 가점

사고발생률 절반 이상 감소 성과

안전설계로 'K-프로젝트' 수주

AI 인체인식 카메라 등도 개발

서울 성동구 성수동 K-프로젝트 신축 공사현장에 도입된 굴착기에 부착된 인공지능(AI) 인체 인식 카메라가 사람을 감지한 모습. 신미진 기자




“후방에 사람이 있어 위험합니다. 작동을 멈춥니다.”

7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K-프로젝트 신축 공사현장. 흙을 퍼 나르던 굴착기에서 안내 방송이 나오자 장비가 자동으로 멈춰 섰다. 후방에 달린 인공지능(AI) 카메라가 인체를 인식하자 스스로 운전을 중지한 것이다. 김용태 삼성물산 안전보건팀장은 “굴착기와 지게차가 이동하기 위해 유도원이 장비에 접근해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AI 인체 인식 카메라는 자재 등 다른 장애물에는 반응하지 않지만 사람만 인식해 곧바로 작업을 중단시켜 사고 발생 가능성을 낮춰주는 게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건설현장 안전사고 예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삼성물산 건설안전연구소가 설립 3년 만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인력과 비용을 투입해 건설 장비를 직접 개발하고, 협력사에 안전 인센티브를 도입하자 사고 발생 감소는 물론 수주 증대 효과까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K-프로젝트 신축 공사현장에서 인체 인식 후방 카메라가 부착된 굴착기가 흙을 퍼 나르고 있다. 신미진 기자


건설안전연구소는 삼성물산이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대응해 설립한 조직이다. 설계 과정부터 안전 리스크를 제거하는 △DFS(Design For Safety) △장비·IT 개발 △협력사 컨설팅 총 3개 분야에서 3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는 국내 건설사가 갖춘 동일 목적의 조직 중 최대 규모다.

건설안전연구소가 도입한 제도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안전인정제’다. ‘미쉐린 가이드’처럼 안전 평가를 거쳐 협력사를 1 스타~3 스타로 구분한 뒤 등급이 높은 업체에 입찰 시 가점을 부여하는 제도다. 심사 과정이 까다로운데다 매년 재평가를 받아야 해 협력사들 사이에서는 ‘삼성 고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현재 골조부터 페인트 도장작업까지 총 15개 공종에서 안전인정제를 시행 중이며, 가장 높은 3 스타를 획득한 협력업체는 도입 첫해 41곳에서 올해 4월 98곳으로 증가했다. 김재현 삼성물산 건설안전연구소 부소장은 “최저가 입찰 방식이 아닌 적격심사제를 통해 우수사를 선정하기 위한 제도”라며 “공사비가 일부 증가하지만 사고 발생 시 대응 관련 비용 등을 고려하면 오히려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도입 초기에 반감을 드러내던 협력사들의 호응도 높아지고 있다. 3년 연속 3 스타를 획득한 40년 업력의 대주중공업의 김석근 상무는 “3 스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담팀은 일주일, 임원은 2주, 대표는 한 달에 한 번 현장에 방문해야 하는데 관여도가 높아지다 보니 개선점이 확실히 보이기 시작했다”며 “다른 현장에도 같은 방식을 도입하니 사고 발생률이 50% 이상 줄었다”고 설명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K-프로젝트 투시도. 사진 제공=삼성물산


안전 강화는 수주 실적 상승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성수동 K-프로젝트 현장이다. 연 면적 21만㎡(6만 6000평)에 지하 8층~지상 17층 규모로 크래프톤 사옥과 이마트 등 판매시설을 짓는 이곳은 삼성물산이 지난해 수주한 사업장이다. 건설안전연구소는 경쟁 프레젠테이션(PT) 당시 총 30여 건의 안전 설계를 제안해 경쟁사를 제치고 계약을 따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예로 옥상에 설치할 태양광 패널을 작업자들이 높은 곳에서 직접 하나하나 붙이지 않고 공장에서 미리 제작해 조립만 할 수 있도록 해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다.

아울러 삼성물산은 지상·지하마다 공사 팀장을 추가로 배치하고, 입찰 금액과는 별도로 안전 강화비를 사용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이병수 성수 K-프로젝트 총괄안전보건책임자(PM)는 “단 한 건의 안전사고가 프로젝트 성패로 이어질 수 있어 최근 대주단 등 발주처도 비용을 더 투자해서라도 신뢰할 수 있는 곳에 공사를 맡기는 추세”라고 전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K-프로젝트 신축 공사현장에 도입된 대형 크레인 내부 CCTV. 신미진 기자


안전 장비 개발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안전연구소는 크레인 운전자가 약 100m 높이에서도 모니터를 통해 아래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하방 카메라를 개발해 현장에 도입했다. 기기 도입 전에는 작업자들이 무전기를 통해 구두로 작업물 위치를 조절해왔다. 현재 삼성물산 현장에서 작업을 진행하는 500톤 이상의 크레인에는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이밖에 10m 높이의 트럭에서 자재를 내릴 때 낙상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이동식 추락방지 장비도 올해 신규 개발해 현장에 적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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