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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아동에게도 인권이 있다

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이사장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포함된 가정 주간이다. 우리는 인생의 한 시기를 어린아이로 산다. 따라서 누구든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인권의 개념은 당연히 아동에게도 적용된다. 그럼에도 아동을 차별하고 학대하는 일은 시대를 막론하고 계속돼온 문제다. 여러 가지 원인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쉽게 생각해 보면 성인이 된 후 어른의 시각으로만 아이들을 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린 시절은 어른이 되기 위한 준비 기간만이 아니고 나름대로의 생각과 욕구를 실현하는 삶의 한 부분으로도 봐야 하는데 이를 간과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동은 불완전한 보호의 대상이라는 점만 부각되기 쉽다.

국제적으로 볼 때 아동을 어른과 같은 권리의 주체로 봐야 한다는 주장은 20세기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1919년 영국 여성 에글랜타인 젭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군사 봉쇄 속에 독일 아이들이 굶주림에 시달리는 것을 보고 모든 아동은 국적·인종·종교와 무관하게 보호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아동 권리 활동을 시작했다. 1919년 비정부기구인 세이브더칠드런을 창설한 그는 1923년 ‘아동권리선언문’을 발표했고 선언문은 이듬해 국제연맹에서 ‘아동권리에 관한 제네바 선언’으로 채택됐다. 이는 아동을 보호 대상으로만 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아동 권리를 인정하는 변화의 계기를 가져와 훗날 1989년 ‘유엔아동권리협약’이 채택되는 토대가 됐다.



아동권리협약은 생존·보호·발달·참여라는 4대 아동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현실에서는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 아이들이 제대로 생존하고 보호되며 교육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모든 아동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인류 전체에 중요한 과제다. 특히 오늘날과 같은 세계화 시대에는 지구 어디에서든 분쟁과 기아·재해가 발생하면 전 세계에 영향을 준다.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 대유행, 우크라이나 전쟁,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 등으로 전 세계 아이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받았는지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모든 전쟁은 아동에 대한 전쟁”이라고 한 젭의 말에 절감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아동 권리의 역사에서 주목할 만한 기록을 갖고 있다. 100년 전 제네바 아동 권리 선언과 비슷한 시기인 1922년 소파 방정환 선생이 어린이날을 선포하고 어린이에 대한 ‘인격적 예우’를 주창한 것이다. 이는 실로 선구자적 비전의 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동 권리에 일찍 눈을 떴다고 해서 그러한 권리가 제대로 실현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가 선진국에 진입한 후에도 아동학대와 같은 문제가 계속되고 있으며 취약 계층 아이들이 충분한 보호나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또 지나치게 경쟁적인 교육 환경 속에서 아이들이 놀거나 쉴 권리를 보장받지 못해 우리의 아동 행복지수가 국제적으로 바닥권이라는 부끄러운 현실도 계속되고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인류의 미래는 아이들에게 달려 있다. 우리 세대가 다음 세대를 제대로 보호하고 지켜내지 못한다면 인류 사회의 진보와 지속 가능한 발전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우리 자신의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이고 세계 어느 곳에서도 ‘잃어버린 세대’가 나오지 않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아동 권리에 대한 인식을 되새겨 볼 때다. 모든 면에서 불완전하고 어른에게 의존해야만 하는 아동들을 왜 굳이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게 됐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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