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입지가 유럽 주요 시장에서 쪼그라들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는 가운데 테슬라만 판매량이 크게 떨어지면서 '역주행'하는 모습이다.
6일(현지시간) 도로교통기관 KBA가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독일과 영국에서 테슬라의 4월 신차 판매량은 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테슬라의 4월 독일 판매량은 885대로 전년 동기 대비 46% 감소했다. 올해 들어 4개월 연속 하락으로, 연초 이후 누적 판매량은 60% 이상 급감했다. 영국에서는 상황이 더 심각해 영국 자동차 제조업체 및 판매자 협회(SMMT) 데이터 기준 4월 판매량이 512대로, 2023년 4월(1352대)보다 62% 급락했다. 시장조사업체 '뉴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올해 영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점유율은 9.3%로 1년 전 12.5%에서 크게 하락한 상태다.
테슬라는 이 같은 판매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모델Y 업그레이드 버전 출시를 준비 중이다. 독일과 영국의 테슬라 웹사이트는 신형 모델Y 인도가 6월에 시작될 것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다만 업데이트된 모델Y가 고객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판매 데이터가 나오기까지 몇 개월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정치적 행보가 판매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친분과 정치 개입이 미국과 유럽에서 반(反)테슬라 정서를 불러일으킨 탓이다. 머스크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이 늘면서 유럽 내 테슬라 전시장과 충전소에선 기물파손 사태까지 잇따랐다. 1분기 글로벌 판매와 수익이 예상치를 밑돈 후 머스크는 "트럼프 행정부에 쏟는 시간을 줄이고 회사 운영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부진한 테슬라를 제치고 경쟁사들은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4월 영국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194% 급증한 2314대를 기록했다. 중국 BYD(비야디)는 더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 영국에서 등록 대수가 311% 증가한 1419대에 달했다.
한편 유럽 전기차 시장은 전반적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독일의 4월 전체 자동차 판매는 0.2% 감소한 반면, 전기차 판매는 53.5% 증가했다. 영국에서도 전체 자동차 판매는 10.4% 줄었지만 전기차 등록은 한 달 간 8.1%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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