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트럼프, 왜 韓조선업 집착…‘패권국’ 지위 수호 위한 해군력 확충[이현호의 밀리터리!톡]

대외적으론 중국 조선·해운업 견제 목적

中조선 비중 압도적, 미국은 0.1% 불과

미국, 함대 확충 위해 조선업 ‘재건’ 시급

패권국 지위 유지 韓조선업과 협업 선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위스콘신주 한 조선소를 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당선 직후부터 미국 내 건함 능력 저하를 지적하며 한국과 조선업 협력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지난 4월 초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조선업의 재건’을 도모하고 중국의 해양 패권을 저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곧이어 같은 달 30일에는 미국 상원과 하원의 민주·공화 양당 의원들은 ‘미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업과 항만시설법’(SHIPS for America Act)을 최근 공동 발의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추진하는 미국 조선업 부활을 뒷받침하기 위한 법안이 미국 의회에서 초당적으로 발의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 만든 국제 상선을 현재 80척에서 향후 10년 내 250척으로 늘려 ‘전략상선단’을 운용하는 계획이 담겼다. 이를 위해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과 협력해 선박을 건조하고, 해상 수송 능력을 보강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법안이 통과되면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업 관련 기술과 생산 역량을 지닌 한국이 혜택을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WSJ은 한화오션이 지난해 인수한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도 주문량이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곳은 현재 미국에서 대형 국제 상선을 건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조선소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 2월에는 ‘해군·해안경비대 준비태세 보장법’(Ensuring Naval Readiness Act)'도 발의했다. 이 법안은 NATO 회원국 또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상호방위조약 체결국에 위치한 조선소에서 함정 또는 주요 구성 부품(선체, 상부 구조 등)을 건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해군 준비 태세 보장법은 한국과 같은 미국 동맹이 자국 조선소에서 미 해군 함정을 건조할 수 있게 허용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이처럼 미국이 계속해서 한국 조선업에 유독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화그룹이 인수한 미국 필리 조선소 모습. 사진 제공=한화오션


이는 현재 극소수의 선박만 생산할 수 있는 미국 조선업의 현실을 고려해 한국 등 동맹국과의 협력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기 위한 조치다. 동시에 조선업 부활 프로젝트를 통해 급성장한 중국의 조선업과 해운업을 견제하기 위한 국가적 전략이다.

한때 선박 건조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았던 미국은 이젠 현지 조선소 20여곳에 발주된 상선 수주잔고(남은 건조량)가 29척에 불과할 정도로 건조역량이 후퇴한 상태다. 결과적으로 이 빈자리를 중국이 차지하고 미 해군력 약화로 이어지면서 미국 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연간 상업용 선박 주문량이 3419척으로 전 세계 생산량의 62%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조선업과 경쟁 관계인 동시에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 조선업계가 주요 협력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 동맹국 조선소 중 미국의 협력 파트너 후보로 가장 유력하게 언급되는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 역시 고도화된 조선 기술력과 미 해군과의 협력 경험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일본도 최근 인력 부족과 생산 포화 상태라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최대 조선소인 이마바리조선은 2023년 기준으로 66척, 합작법인 니혼조선소는 약 95척의 수주 잔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신규 채용 인력은 65명에 불과해 추가 수주 대응에 어려운 실정이다.

이 때문에 대규모 함정 건조 수요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한국이 미국의 실질적인 외주 파트너로 더욱 부각되고 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선박 건조 기술력과 대형 조선소 인프라, 납기 준수 능력 등을 고루 갖추고 있어 미국 내에서 군함 외주 건조의 최적지로 평가받고 있다.

또 미 해군과의 실질적인 MRO 협력 경험을 쌓은 것도 한국에 유리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한화오션은 최근 미 해군 군수지원함 ‘윌리 쉬라함’의 정비 과정에서 설계도 없이 역설계를 통해 미군도 파악하지 못한 결함을 정확히 찾아내 개선하는 능력을 과시해 미 해군의 높은 신뢰를 얻어냈다.

2025sus 취역 예정인 미 해군의 최신 항모 CVN-79 존 F. 케네디함 모습. 버지니아주에 위치한 헌팅턴잉걸스 뉴포트뉴스 조선소에서 10년 동안 건조됐다. 뉴포트뉴스 조선소는 미국에서 유일하게 핵항공모함을 설계 및 건조한 조선소다. 사진 제공=위키피디아


지난 3월 4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합동연설에서 수십년간 쇠퇴해 온 미국 조선산업을 되살리기 위해 백악관에 ‘조선담당 사무소 설립’을 발표했다.

이 같은 조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100년된 존스법같은 미국 해양산업 관련 법과 산업구조를 전면 개혁하지 않으면 한때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미국의 조선 능력을 되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방위 산업 가운데도 조선 부문 강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더욱 명확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980년대 초 미국에는 300개 이상의 조선소가 있었지만 현재는 20개 미만이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 조선업에 손을 내미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전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 하는 패권국은 군함 획득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운용 중인 군함이 해군력을 결정하는데 미국은 현재 가장 강력한 해군력을 갖고 전 세계를 호령하고 있다. 군함은 유사 이래 현재까지도 가장 강력하고 비싼 축에 속하는 무기이자, 패권국의 지위를 유지하는 가장 밑바탕은 해군력이다.

다만 이 해군력을 확충하고 유지하는데 상상을 초월하는 많은 비용이 든다. 미국의 해군력 확충은 1000조 원이 넘는 국방비를 투입하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예컨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경제 사정이 급속하게 어려워진 영국이 400년간 장악해 온 바다에서의 패권을 계속 유지하기 어렵다고 보고 다자간 군축 조약을 통해 미국에게 공동 1위 국가의 자리를 용인한 것이 대표적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군함은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것은 차치하고 전력화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려 전쟁 발발시 총력전이라도 소모된 전력을 즉각 대체하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평시 충분한 전력을 구축해야 하는데, 현재 미국은 그 역량을 수리·보수로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의 해군력 확충이 무섭게 빠른 속도로 따라오고 있어 불안감이 커진 상황이다.

만약 미중 간 전쟁이 벌어지고 양측이 팽팽한 상태로 맞서며 싸움이 장기화하면 공급 능력의 차이가 우열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중국이 미국을 앞설 수 있다는 평가가 미국 내 평가다. 이에 조선업 재건을 위해 중국과 그나마 경쟁이 가능한 한국 조선업에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조선업 부활을 초당적으로 선언한 미국. 연합뉴스


해군력 확충 사례가 전쟁 승패에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사례가 2차 세계대전이다.

개전과 동시에 전시 체제로 전환한 미국의 생산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정규 항공모함만 놓고 보면 7척으로 전쟁을 시작했지만 종전 직전까지 ‘에식스급 항공모함’ 24척을 만들어 배치했다. 일본도 7척으로 시작했지만 종전 때까지 추가로 전선에 투입한 정규 항공모함은 4척에 불과했다.

게다가 3년 동안 50척이 공급된 ‘카사블랑카급 호위 항공모함’의 경우는 평균 일주일에 한 척꼴로 취역했다. 카사블랑카급 호위 항공모함은 역사상 가장 많이 제작된 항공모함으로 꼽힌다.

또 미국은 ‘리버티급 수송함’을 4년 동안 무려 2710척이나 건조됐다. 아무리 구조가 간단한 수송함이라도 만재배수량 1만 4000t 규모의 배를 짓는데 평균 24일이면 생산해 냈다. 단편적으로 불과 4일 15시간 30분 만이라는 경이적 완공 기록도 세울 만큼 조선업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하지만 20세기 말 냉전이 종식되면서 미 조선업의 상황은 악화됐다. 배타적인 존스법으로 함정 분야는 보호를 받고 있지만 일반 선박 분야는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해 미국의 조선업은 사실상 쇠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군함 발주에 전적으로 의존하다시피 하는 뉴포트뉴스 조선소처럼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는 일부 사업장도 있을 뿐이고, 이 또한 생산성이 처참할 정도로 낮고 기존 함정의 유지·보수도 애먹는 실정이다.

게다가 21세기 들어 중국이 ‘G2’로 거론되고 급성장한 경제력을 발판으로 해군력 확충에 나서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문제는 중국의 군함 건조는 미국을 능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미국이 영국처럼 다자간 군축 조약을 통해 중국에게 공동 1위 국가의 자리를 용인할 것이 아니라며, 20세기 초 영국처럼 실패를 거울 삼아 미국은 지금부터 해군력 확충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따라서 아시아 주요 동맹국인 한국을 군함 공급 파트너로 적극 고려하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