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백신은 점막 면역을 유도하는 백신이 될 것입니다. 개인의 감염 예방은 물론 감염 전파를 차단해 공동체 전체를 보호할 수 있습니다.”
‘백신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박만훈상’ 수상을 위해 첫 방한한 피에르 반 담(사진) 벨기에 앤트워프대 교수는 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점막 백신은 실제 점막에 작용하는 국소 백신으로 접종 편의성과 신뢰도를 함께 높일 수 있다”며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같은 호흡기 질환은 물론 성병 백신 개발에서도 점막 면역이 핵심 요소로 주목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점막 백신은 입·코·생식기 등 병원체의 침입 경로가 되는 점막에 백신을 직접 투여해 체내 침입 전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항체와 면역세포가 1차 방어선에서 병원체를 차단하고, 이후 전신 면역 반응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기존 주사형 백신보다 감염 예방 효과가 더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 담 교수는 ‘제2형 소아마비 바이러스(nOPV2)’에 대응하는 신형 경구용 백신 개발에 기여한 공로로 이번 박만훈상을 수상했다. 그는 “큰 영광이며 매우 감동적이고 자랑스럽다”며 “더 나은 백신 개발에 평생을 바쳐온 연구자들과 백신을 현장에 전달해온 이들의 노력을 함께 기리는 상이라 더욱 뜻깊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만훈상은 고(故) 박만훈 전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부회장의 유지를 기리기 위해 2021년 제정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후원하고 국제백신연구소(IVI)가 주최한다. 12명의 선정위원회가 매년 백신의 발굴 개발 및 보급과 세계보건 발전에 탁월한 공헌을 한 개인이나 팀을 심사해 선정한다. 반 담 교수는 “서울에 도착한 첫날부터 경험한 기업가정신이 인상 깊었다”며 “유럽 시장은 한국 백신에 매우 유망한 시장이 될 수 있으며 상호 협력을 통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감염병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과연 ‘올까’가 아니라 ‘언제 올까’가 문제”라는 게 반 담 교수의 판단이다. 그는 “기후 변화, 동물 서식지 파괴, 인간과 동물 간 밀접 접촉 증가로 새로운 병원체가 인간에게 전파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며 "특히 조류인플루엔자는 언제든 인체로 전파될 수 있기 때문에 국가 간 투명한 정보 공유가 가능한 감시 체계를 구축해 ‘사전 팬데믹 백신’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신 개발·보급에 부정적인 미국 트럼프 정부에 대해서는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미국은 연구 분야에서도 외부와의 교류가 거의 없어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다”며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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