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독사에 200번 이상 물린 남성의 사연이 화제가 되면서 미국의 한 생명공학기업이 이 남성의 피를 이용해 만능 해독제를 개발하는 연구에 나섰다.
2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 보도에 따르면 미국 위스콘신주에 거주하는 전직 트럭 정비사 팀 프리드(57)는 뱀독에 대한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 18년 간 코브라, 블랙맘바, 타이판 등 치명적인 독사에게 200번 이상 일부러 물렸다. 또 700번 이상 뱀독을 추출해 자신의 몸에 주입하기도 했다. 초기에는 코브라 두 마리에게 잇따라 물려 며칠 동안 혼수 상태에 빠지기도 했던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런 위험한 ‘실험’을 지속한 이유로 프리드는 치료제 개발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프리드는 이 과정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하면서 주목 받았다.
이러한 사연을 접한 미국 생명공학기업 센티백스의 최고경영자(CEO) 제이컵 글랜빌 박사는 프리드의 피가 뱀독에 효과가 있는 항체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프리드에게 협력을 제안했다.
센티백스는 여러 종류의 뱀독에 효과가 있는 '광범위 중화항체'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뱀의 독은 종마다 달라 해독제도 모두 달라져야 하지만 모든 뱀독에 공통으로 존재하는 성분에 적용할 수 있다면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해독제 개발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센티백스 연구진은 프리드의 혈액에서 항체를 추출했고, 동물 실험을 통해 다양한 종류의 독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가장 치명적인 뱀으로 분류한 코브라과의 엘라피드 19종을 선정해 쥐를 대상으로 프리드의 혈액으로 만든 해독제를 시험했고, 그 결과 13종에서 완벽한 해독 효과를 확인했다. 나머지 6종에서는 부분적인 해독 효과가 나타났다. 이 실험 결과는 최근 과학 학술지 셀(Cell)에 공개됐다.
다만 해독제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와 실험을 거쳐야 한다. 프리드는 언론에 "인류에게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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