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도 대통령 불소추특권에 대한 해석은 내놓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진행 중인 재판의 운명이 각 재판부 판단에 맡겨질 것으로 전망했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핵심은 '소추'의 정의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소추를 '형사 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는 일'로 정의한다. 법조계에서는 현직 대통령을 내란·외환죄가 아니면 새로 기소할 수 없다는 점에 이견이 없다.
문제는 이미 기소된 사건이다. 내란·외환 이외 죄로 재판받던 중 당선된 경우, 해당 재판을 계속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소추를 사전 뜻대로 형사 기소에 국한해서 보는 견해에서는 이미 기소를 한 기존 재판은 그대로 진행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 경우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이미 기소돼 재판 중인 선거법 사건 등에 출석해야 한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소추를 기소 이후 공소 유지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보는 관점도 적지 않다. 검사의 수사·소추권이 문제가 됐던 이른바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사건에서 당시 헌법재판소의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헌법재판관들은 "소추는 공소의 제기와 유지, 법정 활동, 재판 불복 등을 포함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헌법 84조 해석을 언급하지 않았다. 심리 대상인 검찰의 상고이유서에 해당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고, 현재 재판에서 문제가 된 것도 아닌데 대법원이 선제적으로 판단을 밝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이 "대법원이 헌법 84조와 관련해 개별 재판부에 재판을 어떻게 운영하라고 지시할 수 있느냐"고 묻자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천 처장은 "각 재판관이 알아서 진행해야 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도 "현재 구조상으로는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우선은 각 재판부가 재판 진행 여부를 자율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각 재판부는 공판 기일을 지정해 재판을 열거나 기일을 추정(추후 지정)한 뒤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
법원의 공판기일 지정이나 추정 결정에 불복할 방법은 없지만, 이를 이유로 한쪽 당사자가 재판부를 바꿔 달라며 기피 신청을 한다면 대법원이 이에 관해 판단을 내리는 경우를 상정할 수도 있다.
또는 심리가 상당히 진척된 위증교사 사건, 사실상 서울고법의 양형심리만 남은 공직선거법 사건에서 판결이 선고되고 대법원으로 넘어온다면 이때 최종 해석을 밝히는 방안도 거론된다.
또는 대통령이 법원의 재판이나 출석요구로 헌법상 권한이 침해됐다면서 재판부를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헌재가 84조에 대한 해석을 통해 논란을 매듭지을 수도 있다.
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불소추특권 적용 여부는 각 재판부의 결정과 이에 따른 대법원 또는 헌재의 판단에 달려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