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100일이 지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급진적 관세 정책으로 전 세계 경제는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동시에 디지털 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 재선 직후인 지난해 12월 비트코인은 10만 달러를 넘어섰다. 트럼프 행정부는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적 자산으로 지정하고 규제 완화를 추진하면서 디지털 자산 시장에 불을 지폈다.
이런 상황에서 신간 ‘비트코인의 시대, 미래 화폐의 승자가 만들어 낼 거대한 부의 물결’은 세상에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
이 책의 저자인 김창익 전 경제 기자는 1년 전 ‘달러 패권, 머스크, 트럼프가 설계하는 비트코인의 미래’라는 책에서 비트코인이 달러 패권의 구조적 한계를 파고들 것으로 자신했다. 이번에는 신간을 통해 미래 화폐의 승자로 비트코인의 손을 번쩍 들어줬다.
이 책이 던지는 화두는 명확하다. “달러가 석유를 기반으로 기축통화의 자리를 지켜왔다면, 비트코인은 전기를 발판으로 기축통화의 위치를 차지할 것이다”라는 것이다.
1년 전 주장했던 페트로달러 체제가 ‘일렉트로비트(ElectroBit)’ 체제로 전환될 것이라는 과감한 전망을 더 깊게 파고든 것이다. 단순한 희망 사항이 아닌 역사적 패턴에 기반한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라며 설득에 나선다.
저자는 화폐 시스템의 진화 과정을 추적하면서 금과 석유가 디플레이션 화폐로서 달러의 신뢰를 뒷받침했던 것처럼 비트코인이 전기 에너지와 연동돼 미래의 기축통화가 될 것이라고 봤다. ‘페트로달러’ 체제에 대한 해체를 선언한 셈이다.
세상을 뒤흔들고 있는 트럼프 관세정책에 대한 분석도 눈에 띈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환율조정을 위한 협상용 포석”으로 “중국에 60% 고율 관세를 부과한 후 협상을 통해 달러 약세를 유도하려는 전략”이라고 진단한다. 제2의 플라자 합의인 '마러라고 협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저자는 25년의 경제 기자 경험을 통해 “거시경제가 수요와 공급보다 패권을 향한 인간의 본성, 즉 정치적 요인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통찰을 얻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비트코인을 단순한 투기 자산이 아닌 ‘지정학적 패권 경쟁의 핵심 변수’로 볼 것을 주문한다.
비트코인이 발행량 한정으로 기축통화가 되기 어렵다는 비판에 대해 저자는 “비트코인의 발행량은 2100만 BTC이지만, 1BTC는 1억 사토시로 나눌 수 있어 실제 유통량은 2100조 사토시”라며 유통량 부족 문제를 일축한다. 또 전 세계 금 보유량이 20만 톤(약 155개의 12미터 컨테이너 박스 분량)에 불과함에도 금본위제가 오랫동안 작동했던 역사적 사례를 반박 근거로 제시한다.
저자는 비트코인 채굴 원가가 가격 지지선 역할을 한다는 점과 ETF 상장 이후 기관 투자자들의 대규모 매입이 가격 상승 요인이라는 견해 등 투자 자산으로서의 가치 뿐 아니라, 블록체인 기술이 중앙화된 금융기관 없이도 안전하고 투명한 거래를 가능케 하는 화폐 시스템의 근본적 혁신으로서의 가치를 강조한다.
‘비트코인의 시대’는 비트코인에 투자하라는 단순한 권유가 아니다. ‘화폐란 무엇인가’, ‘왜 어떤 화폐는 신뢰를 얻고 어떤 화폐는 몰락하는가’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그러면서 저자는 화폐의 본질을 “신뢰 네트워크”로 규정하고, 금과 석유가 제공하고 있는 ‘신뢰’를 블록체인이 대체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금융 세력의 선택에 따라 기축통화국이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에서 미국으로 바뀔 수 있듯이 비트코인도 충분히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대담한 가설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둘러싼 정치적, 경제적, 산업적, 기술적 상관 관계를 나름 꼼꼼히 분석한다.
물론 가설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 비트코인 가격의 변동성이 너무 크다. 지난해 12월 10만 달러를 넘었지만 불과 몇 달 만에 8만 달러대 초반까지 뚝 떨어졌다가 다시 9만 달러 후반까지 올라갔다. 기축통화로 기능하기엔 아직까지 너무 불안정하다.
또 화폐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교환 매개체, 가치 저장수단, 가치 척도로서의 기능을 달러 만큼 잘 해 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전문가들 역시 부정적 의견이 적지 않다. 여기에 환경 부담, 규제의 불확실성, 채굴의 중앙화 가능성 등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요소들이다.
저자의 전망은 한편으로 치우쳐 보인다. 그러나 비트코인을 단순한 기술적 혁신이나 투기 대상이 아닌, 세계 경제 질서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은 한번쯤 들어볼 만하다.
이 책이 진짜 가치는 ‘비트코인을 통한 세상 읽기’다. 단순히 비트코인이 얼마까지 오를 것인지 가격을 예측하는 것이 아닌, 비트코인을 둘러싼 ‘국가 전략, 에너지 전환, 기술 진화, 그리고 인간의 욕망’을 꿰뚫어보자는 것이다.
비트코인과 디지털 자산의 미래에 관심 있는 독자, 화폐의 역사와 국제 정치에 관심 있는 독자, 그리고 다가올 화폐 시스템의 변화가 궁금한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할 만하다. 비트코인을 아직도 ‘코인’으로만 본다면, 이 책이 꼭 필요하다.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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