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임박한 지난해 11월 초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특정 지역에 집중하면 누가 이길지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며 판세 예측 기사를 실었다. WSJ는 청년, 흑인, 농촌·공업 지역 유권자 등 특정 지역 주요 유권자 집단의 투표 결과를 살펴보면 전체 윤곽을 미리 살펴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선 결과의 단서를 얻을 수 있는 곳으로 미시간주 ‘머콤 카운티’ 등 7개 카운티를 제시했다.
머콤 카운티는 미시간주 최대 도시인 디트로이트 북동쪽에 위치한 인구 약 90만 명의 도시다. 이곳은 17세기 프랑스 등 유럽에서 온 식민지 개척자들이 정착하면서 형성됐다. 도시 이름은 미국과 영국 사이에 벌어진 ‘1812년 전쟁’의 영웅인 디트로이트 출신 알렉산더 머콤 전 미 육군 사령관을 기리기 위해 지어졌다. 현재는 디트로이트의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빅3’ 자동차 메이커 공장으로 출근하는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많이 살고 있다.
머콤 카운티는 ‘러스트벨트(쇠락한 미 중부 제조업 지역)’의 민심을 상징하는 지역 중 한 곳으로 꼽힌다. 본래 민주당 우세 지역이었으나 2016년·2020년·2024년 대선에서 내리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선택했다. 지난해 대선 때는 트럼프 후보에게 55.9%의 표를 몰아줘 트럼프의 미시간주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9일 취임 100일 축하 행사 장소로 머콤 카운티를 택한 것은 이런 인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으로 인해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러스트벨트의 친(親)트럼프 민심도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트럼프 행정부는 조속한 경제 성과를 거두려는 조바심을 드러내고 있다. 취임 100일 축하 연설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협상이 너무 오래 걸리면 그냥 가격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한미 관세 협상에서 미국의 속도전을 경계하며 서두르지 말고 차분하게 윈윈 전략을 제시해 국익을 지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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