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인 간호사가 휴무일 가족들과 할아버지 묘소를 찾았다가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진 응급 환자의 목숨을 구한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대목동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소속 최애리 간호사는 13일 국가유공자인 외할아버지의 기일을 맞아 가족들과 충북 괴산군 소재 국립괴산호국원을 찾았다가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진 환자를 발견했다. 최 간호사는 호국원 내 식당에서 누군가 쓰러졌다는 소리를 듣고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갔다. 바닥에 쓰러진 40대 남성은 발견 당시 심한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최 간호사는 간호사임을 밝히고 기도 확보부터 나섰다. 당시 보호자 등이 바닥에 누운 환자의 온 몸을 주무르고 있었는데 경련을 일으킨 환자를 압박할 경우 오히려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최 간호사는 “119 구급대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며 “병원에서 발작 증상을 보이는 환자를 자주 접해왔기 때문에 환자의 고개를 좌측으로 돌려서 기도를 확보하는 게 시급했다”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환자는 발작 증세를 보인 지 3분 만에 의식을 되찾았고 이후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에 인계돼 건강을 회복했다. 호국원 측은 만삭의 몸으로 헌신한 최 간호사의 선행에 감사패를 전달했다. 용교순 국립괴산호국원장은 “위급한 상황에 처한 국가보훈 유가족을 위해 신속하고 헌신적인 응급 조치를 시행해 귀중한 생명을 구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최 간호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대목동병원은 최 간호사를 격려하기 위해 28일 호국원 측으로부터 감사패를 전달받아 시상식을 개최했다. 7월 출산을 앞두고 있는 최 간호사는 당초 심폐소생술(CPR)을 할 정도로 생명과 직결될 만한 긴급한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감사패 수상을 거부했다고 한다. 그는 “환자의 상태가 걱정돼 호국원 측에 연락을 드렸고 건강을 회복했다는 답변을 듣고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며 “당연한 일을 한 것에 대해 높게 평가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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